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이 “미국을 뜯어먹는다”고 비난하며 유럽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EU는 ‘단호하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응수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이날 EU에 부과할 관세율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결정을 내렸다. 조기에 발표할 것이고 일반적으로 25%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자동차와 모든 것들에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EU 무역적자가 3000억달러(약 433조원)에 이른다면서 “EU는 미국을 뜯어먹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맹비난했다. 이는 실제 적자 폭보다 과장된 수치로, 지난해 미국 통계 기준 미국의 대EU 무역적자는 2356억달러(약 340조원)이다.
EU는 즉각 반발했다. 올로프 질 EU 집행위원회 무역담당 대변인은 “EU는 합법적이고 차별 없는 정책에 도전할 목적으로 관세가 사용될 때를 포함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대한 정당화될 수 없는 장벽에 맞서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질 대변인은 또 “EU는 언제나 유럽 산업과 노동자, 소비자를 정당화될 수 없는 관세들로부터 보호할 것”이라며 “EU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시장이고, 이는 미국에도 이익이 돼 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크고 통합된 단일 시장을 구축함으로써 EU는 무역을 촉진하고 미국 수출기업들의 비용을 줄였으며, 27개 회원국의 표준과 규제를 비슷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유럽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매우 높은 수익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EU 간 상품·서비스 무역이 연간 1조4000억달러(약 2019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은 EU와의 교역이 미국에도 도움이 됐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질 대변인은 “유럽은 대화와 개방, 호혜주의를 지지한다. 규칙을 준수한다면 우리는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모든 면에서 우리 소비자와 기업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EPA연합뉴스 |
미국·중국에 밀릴라···규제 완화 나선 유럽
EU는 미국의 관세전쟁 선전포고에 대한 대응과 함께 미국·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역내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규제 완화에도 나서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기업의 환경, 사회적 책무 강화를 목표로 한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의 규제 범위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CSRD는 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대기업, 상장 중소기업이 환경·사회적 영향 활동에 대한 정기적인 보고서를 발행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완화된 안에 따르면 규정은 직원 수 1000명 이상, 매출 5000만유로(약 755억원)를 초과하는 기업에만 적용된다. 현재 적용 대상인 5만개의 기업 가운데 80%가 면제 대상이다.
또 올해와 내년, 2027년 보고 의무가 있던 기업은 보고 기한을 2028년까지 연장했다. 집행위는 이 같은 조치로 회사가 행정 업무에서 연간 약 60억유로(약 9조원)을 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업 규제 완화 움직임이 유럽과의 규제 격차를 벌렸다. EU 위원들은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입법 패키지인 ‘청정산업딜’을 발표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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