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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정책 격화되면 韓 성장률 더 고꾸라질수도”

이데일리 정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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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정책 격화되면 韓 성장률 더 고꾸라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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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2월 수정경제전망 설명회
글로벌 무역 갈등 부정적 시나리오 가정시
내년 전망치 대비 0.4%p 더 낮아질수도
올해 취업자 수 증가 규모 전년비 6만명 줄어들 듯
경상수지 흑자 규모 올해 750억달러로 하향 조정
김웅(오른쪽)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김웅(오른쪽)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까지 낮춘 가장 큰 이유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다. 예상보다 빠른 관세 압박에 그간 우리 경제를 받쳐온 수출마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은은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갈등이 격화할 경우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석 달 전 전망에서 0.4%포인트 낮춘 수치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로 기존 전망치와 같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미국 관세 정책과 경제 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수출과 내수의 하방 압력이 증대돼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향후 성장 흐름을 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정치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고, 금융 여건이 완화하고 경기도 개선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이 같은 성장 경로는 통상 환경 변화와 국내 정치 상황, 정부의 경기 부양책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지금으로선 미국의 관세 정책의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글로벌 무역 갈등의 전개 양상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결과 미국과 여타국의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며 글로벌 무역 갈등이 조기에 완화되는 경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기본 전망치보다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

반면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서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경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기본 전망 대비 각각 0.1%포인트, 0.4%포인트 낮아질 위험이 있다. 올해 큰 폭의 관세 인상이 있은 후 내년까지 이 같은 관세가 유지되고, 고강도 보복관세가 이어지며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경우다.


이와 함께 한은은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올 상반기 건설투자가 6.7%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 투자가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까지 내수 둔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창현 조사총괄팀장은 “건설투자는 장기간에 걸친 고금리 상황이 있었고, 팬데믹 이후 공사비 크게 올랐다”며 “최근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PF 부실 등 수주 착공의 위축이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안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모두 1.9%로 예상하며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내수 부진에 수요가 둔화하고 아직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비상계엄에 이후 이어진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다소 진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향후 환율과 국제 유가 흐름,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 등에 따라 물가가 움직일 수 있다고 봤다.


고용시장과 통상 여건 전망도 밝지 않다.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올해 10만명, 내년 11만명으로 지난해(16만명) 대비 둔화할 전망이다. 김 부총재보는 “이는 제조업 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건설업과 대면 서비스업의 고용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750억 달러, 내년 700억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800억 달러)에서 50만 달러가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누적 경상수지(990억 4000만달러)와 비교하면 250억달러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