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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철강 관세에 조선 원자잿값 상승…후판가 협상도 영향

이데일리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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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철강 관세에 조선 원자잿값 상승…후판가 협상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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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사 중국산 사용 비중 20%
관세 30% 적용 시 원가율 1%p 상승
‘보세공장’ 유예 제도로 영향 최소화
후판가 상승에 중소 조선사 타격 커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정부가 중국산 후판(두꺼운 철판)에 최대 38%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는 이번 조치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중국산 후판을 싼값에 들여왔으나 철강재 가격이 오르면서 선박 원가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국산 후판 가격은 톤(t)당 90만원, 중국산은 78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산 후판에 30%의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이 101만4000원으로 대폭 뛰게 된다. 지난 20일 정부가 중국산 열간압연 후판에 매긴 27.91~38.02%의 잠정 덤핑방지 관세는 기획재정부 검토를 거쳐 한 달 내로 확정해 즉각 부과될 예정이다.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후판공장에 후판 제품이 쌓여 있다.(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후판공장에 후판 제품이 쌓여 있다.(사진=현대제철)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급 과잉으로 신음하던 철강사들은 이번 관세 조치로 교란된 시장이 정상화하고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후판으로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사들은 원재료 가격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국내 유통량 절반 이상이 선박 제조용으로 쓰인다.

지난해 국내 전체 후판 수요 796만t 가운데 수입재 비중은 약 25%인 210만t, 중국산은 138만t으로 약 17%를 차지했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과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국내 대형 조선사의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업계에선 중국산 후판에 대해 30% 관세를 적용할 경우 원가율이 약 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원가 상승률이 높지 않은 이유는 조선사들이 관세를 피할 수 있는 ‘보세공장 제도’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외국에서 수입된 원자재와 부품을 국내에서 가공·조립해 다시 수출하면 수입관세를 유예하는 제도다. HD현대중공업은 울산 조선소를 보세구역으로 지정해 수입산 후판을 관세 없이 들여오고 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경우 중국산 후판을 일반 수입품으로 신고해 사용하고 있으나 향후 이 제도를 활용해 관세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을 낮출 것으로 관측된다. 두 회사는 중국에 선박 블록 생산 공장을 두고 있어 해외 블록 건조를 확대하는 방법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달리 중소형 조선사의 경우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이 40~50%에 달해 관세 조치에 따른 원가 부담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번 철강 관세 조치는 국내 철강사들과 조선사들의 후판 가격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이미 진행 중인 가운데 그동안 중국산에 밀려 가격을 크게 높여 부르지 못하던 국내 철강사들의 협상 우위가 점쳐진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조선업계는 철강 기업과의 후판 가격 협상에서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일정 부분의 철강 가격 상승분은 조선사들이 이미 중장기 원가 산정에 반영하고 있어서 수익성 개선 궤적이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