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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커버렸다고? 사춘기 학생에게도 울림 주는 그림책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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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커버렸다고? 사춘기 학생에게도 울림 주는 그림책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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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글로 그림으로 또는 그 둘의 상호작용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춘기 학생들의 삶에 방향을 제시해 줄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커다란 울림을 전해줄 수 있다. 사춘기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그림책들. 민경효 제공

그림책은 글로 그림으로 또는 그 둘의 상호작용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춘기 학생들의 삶에 방향을 제시해 줄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커다란 울림을 전해줄 수 있다. 사춘기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그림책들. 민경효 제공


지난 2023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K 책맹인류’를 보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 읽기 흥미가 하락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독서가 성적 향상으로 직결된다고 믿는 사회 통념으로 인해, 부모가 학습에 관련된 책을 골라주는 일이 많아지고 학년 권장 도서 목록에 밀려 정작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사들이 고학년 학생들을 위한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고 독서를 권장했을 때, 대다수의 아이들이 읽기 자체를 기피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하릴없이 아이들에게 원하는 책을 읽어보라고 하면, 이번에는 학습 만화를 골라 대충 훑어 읽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나 선호에 맞는 책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익숙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책만을 쉽게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책을 다양하게 만나는 경험, 자신에게 맞는 책을 스스로 선택해 읽어보는 경험, 그렇게 독서의 재미에 빠지는 경험을 했다면 그들의 책 선택이 조금 더 쉽고 즐거운 일이 되지 않았을까? 교사로서 퍽 안타까운 마음에, 이미 책과 멀어진 채로 커버린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그림책들을 소개하고, 학교 도서관의 그림책 서가에서 원하는 책을 골라 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에이, 그림책은 1학년이나 보는 거 아니에요?”



“안 봐도 ‘백퍼’ 유치하고 시시할 거 같아요.”



물론 이 말들이 전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춘기 시기의 학생이나 성인에게도 울림을 주는 그림책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또한 그림책은 글밥이 많지 않아 읽기에 부담이 덜하고, 그림 단서가 글의 의미나 숨겨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독서에 흥미가 없거나 읽기 자체를 기피하는 사춘기 아이들에게도 적절한 텍스트가 될 수 있다.



사춘기 시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상처 치유나 상실, 관계, 자기 긍정, 자신감, 성장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많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책을 통해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들에 관해 사색해 보는 시간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그림책은 글로, 그림으로, 또는 그 둘의 상호작용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춘기 학생들의 삶에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커다란 울림을 전해줄 수 있으니 말이다.



사춘기 시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상처 치유나 상실, 관계, 자기 긍정, 자신감, 성장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많이 필요하다. 그림책을 통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들에 관해 사색해 보는 시간을 만나보는 것도 좋다. 클립아트코리아

사춘기 시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상처 치유나 상실, 관계, 자기 긍정, 자신감, 성장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많이 필요하다. 그림책을 통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들에 관해 사색해 보는 시간을 만나보는 것도 좋다. 클립아트코리아


우선, 누구든 감당하고 싶지 않지만 누구나 꼭 한번은 겪어야 하는, 관계의 상실을 담담하게 그린 샤를로트 문드리크 작가의 ‘무릎 딱지’와 브라이언 라이스 작가의 ‘망가진 정원’을 추천한다. 나와 타인의 적당한 거리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노인경 작가의 ‘곰씨의 의자’도 참 좋은 그림책이다.



자기 긍정과 치유를 하게 만드는 그림책으로는 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의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와 샤를로트 문드리크 작가의 ‘수영 팬티’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림책으로는 나현정 작가의 ‘에덴 호텔에서는 두 발로 걸어 주세요’와 정진호 작가의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도 추천한다. 또, 삶의 가치와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전소영 작가의 ‘연남천 풀다발’, 이순옥 작가의 ‘틈만 나면’, 시드니 스미스 작가의 ‘기억나요?’도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쯤 되니, 그림책은 삶을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림책이 삶의 기쁨과 아픔, 행복이나 슬픔의 굴곡마다 아이의 삶을 응원해 주고, 단단하게 지지해 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미 커버렸다고 생각했던 우리 아이들이 새로 만난 그림책과 함께 삶의 여정을 씩씩하게 걸어 나가며 진정한 성장을 이루길 바란다.



민경효 솔밭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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