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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한달만에 꽁꽁 언 지갑…눈치 빠른 美증시 '급락'

머니투데이 뉴욕=심재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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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한달만에 꽁꽁 언 지갑…눈치 빠른 美증시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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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지수 25개월만 최저…소비심리 위축·인플레 우려
다우지수 이틀간 1200포인트 하락…시장 분위기 급변
잇단 관세·이민정책에 트럼프 기대감, 저성장 공포로 전환

/그래픽=뉴스1

/그래픽=뉴스1



미국 GDP(국내총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 업황이 25개월만에 처음으로 이달 들어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 그동안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자 심리가 급격하게 꺾이면서 인플레이션 불안감이 고개를 들자 증시가 먼저 반응했다. 뉴욕증시에서 주요 주가지수가 모두 급락했다.

21일(현지시간) S&P(스탠다드앤푸어스)글로벌에 따르면 구매 관리자들을 상대로 경제 활동 수준을 측정하는 선행 경제지표인 구매 관리자 지수(PMI)에서 서비스업 예비치가 이달 49.7로 2023년 1월 이후 2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유통·물류·보건·교육 등 미국 GDP의 8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 PMI가 확장과 위축의 기준선인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서비스업의 위축 국면 진입을 의미한다. 서비스업 PMI는 지난달 52.9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이후 시점인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위축 국면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예상치 52.8과의 차이도 크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가 소비심리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관세 전쟁과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경기가 둔화할 조짐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S&P글로벌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미국 기업에서 보였던 낙관적인 분위기가 사라졌다"며 "기업들이 지출 감축부터 관세, 지정학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연방정부 정책의 영향에 대해 광범위한 우려를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시간대에서 조사한 소비자 심리지수 확정치도 이달 64.7로 전달보다 약 10% 하락하면서 2023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이달 들어 지갑을 열길 주저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시간대 조앤 후 디렉터는 "이번 소비자심리 하락은 연령, 소득, 자산 계층을 막론하고 모든 그룹에서 나타났다"며 "5개 지수 항목이 모두 악화했고 특히 내구재 구매 여건 지수가 19% 급락한 데는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미국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우려는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 확정치가 4.3%로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집계됐다. 5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확정치는 3.3%로 199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의 닐 두타 경제 분석 총괄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로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30년래 최고치로 올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해리프파이낸셜그룹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 파트너는 "관세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에 시장이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은 꽤 분명하다"며 "관세가 시행되지 않을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관세 시행 전망과 구매 심리에 큰 변화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 심리 악화는 주택 판매 집계에서도 드러난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기존 주택 판매가 계절 조정 기준 연율 408만채로 전월보다 4.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발표된 2월 제조업 PMI 예비치가 51.6으로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관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비해 재고를 미리 확보한 데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시장도 그동안 미국 경제를 떠받쳤던 소비 심리가 하락세로 돌아선 데 더 주목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69%(748.63포인트) 빠진 4만3428.02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이다. CNBC에 따르면 이날까지 다우지수의 이틀간 낙폭은 1200포인트에 달했다.

S&P(스탠더드앤푸어스)500 지수는 6013.13으로 전날보다 1.71%(104.39포인트)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금리인하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지난해 12월18일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이날 2.20%(438.36포인트) 밀린 1만9524.13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역시 1월27일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기대감이 한순간에 우려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각종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S&P500 지수가 최근 두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연일 상승세를 보였지만 쏟아지는 관세·이민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이어 저성장 공포를 부추기면서 이젠 분위기가 급변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의 친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무역 전쟁이 미국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큰 위험으로 재부상하고 있다고 전날 보도했다. 미국은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한 이후 지난 50년 동안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을 동시에 겪은 적이 없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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