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전략기획특위 2차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신율 교수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조기 대선에 대비해 ‘탄핵 반대’ 이미지를 바꿔 중도층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지금처럼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극우 지지층의 목소리를 따라가다간, 짧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대선 승패를 가를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을 파면할 경우에 대비해 국민의힘이 ‘플랜비’(대안)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는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 대한 대응책과 이후 국민의힘이 나아갈 바를 찾기위해 국민의힘 전략기획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자리다.
신 교수는 이 자리에서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두 달 후에 대선이 있다”며 “두 달 동안 탄핵에 반대하고 이에 대해 부정적인 주장을 했다는 국민의힘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미지는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라며 “더불어민주당도 지금 ‘중도로 가겠다’ ‘우클릭하겠다’고 말하지만 (국민들이 민주당을 보고) ‘진짜 중도·보수 정당이 됐네’라고 생각하겠나”라며 “국민의힘도 (탄핵인용 후에야) 대선 준비를 하며 이미지를 바꾸겠다고 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이) 이미지를 변신해야 하는 이유는 중도층 이탈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은) 진영 대결이라 우리 진영만 뭉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테지만, (실제 선거에선) 침묵하는 중도층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성 지지층은 세상이 쪼개져도 국민의힘을 찍겠지만, 국민의힘이 중도층에 어필하고 있다고 얘기할 만한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응답이 60% 가까운 비율로 나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탄핵 반대’ 동조 정당으로만 비칠 경우 승산이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선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참석해, 20여분 동안 진행된 신 교수 발언을 끝까지 들었다. 권 비대위원장은 신 교수 발언 중간중간 여러 차례 종이에 필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끝나기도 전에 조기 대선을 언급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표면적으로는 대선 준비 필요성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조정훈 전략기획위원장도 세미나 뒤 기자들을 만나 “당이 준비하는 건 (조기 대선 준비보다) 탄핵 기각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는 조기 대선에 대비해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한 플랜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신 교수의 제안에 대해 “이재명으로 상징되는 좌파 진영의 독주를 걱정하는 모든 국민들이 (국민의힘의) 지지세력”이라며 “깊이 있게 한번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는 데 대해선 “저희 지지층을 잃고 새로운 지지층을 얻는다는 건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라며 “중도층 확장도 전통적인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의 동의가 있는 방향과 속도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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