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美 상호관세 두려운 베트남… '머스크의 스타링크' 급허용으로 구애?

한국일보
원문보기

美 상호관세 두려운 베트남… '머스크의 스타링크' 급허용으로 구애?

서울맑음 / 1.0 °
스페이스X 2023년 현지 진출 논의 무산
스타링크 허용하면 대미흑자 축소 효과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팔짱을 낀 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팔짱을 낀 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베트남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현지 진출을 허용하는 법 개정에 나섰다. 대(對)미국 무역 흑자폭이 크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폭탄' 주요 타깃으로 꼽히는 만큼, ‘트럼프 정권 실세’ 머스크에게 미리 구애의 손짓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 의회는 전날 정기국회를 열고 2030년까지 일시적으로 위성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완전 소유를 허용하는 관련 법률 개정안을 승인했다. 베트남 통신법은 외국인에 대해 ‘네트워크 인프라를 가진 통신회사의 지분을 5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는 100% 소유가 가능해진다.

이는 사실상 ‘스타링크’에 대한 맞춤형 조치다. 스타링크는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기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다. 인터넷 기반 시설(인프라)이 미흡하거나 유선 연결이 어려운 저개발·개발도상국에서 주로 사용된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1만6,000개의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스타링크를 도입했다. 쿠데타 군부가 인터넷을 차단한 미얀마에서도 시민과 반군 저항 세력이 스타링크 안테나를 몰래 들여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8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서비스용 인공 위성을 실은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8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서비스용 인공 위성을 실은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로이터 연합뉴스


스타링크는 2020년대 초부터 베트남 진출을 추진했지만, 외국인 소유 제한 규제 문턱에 막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23년 3월 스페이스X 관계자들이 베트남 정부 관리들과 공식 도입 논의를 시작했지만, 얼마 안돼 대화가 중단됐다. 당시 로이터는 “베트남 국회가 소유 한도 완화를 수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 무산됐다”고 전했다.

베트남 정부의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는 미국 정부의 관세 위협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은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전쟁’의 잠재적 표적으로 꼽힌다. 지난해 베트남의 대미 상품 무역 흑자는 1,235억 달러(약 178조 원)로, 전년보다 18.1% 증가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대미 흑자폭은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에 이어 네 번째로 컸고, 증가율은 4곳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에 베트남 당국은 많은 베트남 기업·개인이 스타링크를 이용하면 대미 흑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스페이스X를 지렛대 삼아 미국 측과 스킨십에 나선 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로이터에 “트럼프 정부가 원한다면 베트남이 ‘외교적 거래’라는 게임을 할 수 있음을 보여 준 조치”라고 말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