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북극항로' 외치고 조선사 CEO 찾은 이재명, 부울경 공략 시동 거나

서울맑음 / 10.0 °
[the300]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 한미동맹과 조선산업·K-방산의 비전'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선·방산업계 기업인들과 만나 지원 의지를 밝혔다. 최근 국회 연설에서 동남권 발전을 위한 '북극항로 개척' 의지를 밝혔던 이 대표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 핵심 생산설비를 둔 기업인들과 만나 지원책을 논의함으로써 부울경 지역 표심 공략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트럼프시대: 한미동맹과 K방산·조선산업의 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조선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우 관심을 보이는 분야고 중국의 추격에도 (확실한) 경쟁 우위를 갖는 분야"라며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어성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장(사장),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대표, 유상철 HJ중공업 대표 등 주요 조선사 및 해양 방산 분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최근 미국이 동맹국들도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이외 지역에서 함정을 건조할 수 있게 되는데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도 상당한 우위를 가졌다"고 했다.

이어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것은 정치의 본령"이라며 "국제관계에서 정부·정치가 나서지 않으면 기업이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데 정부·정치가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미 조선산업 협력이 조선 분야 방위산업 활로를 개척할 수 있게 정치가,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을 잘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기업인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조선업이 순항할 수 있도록 염원이 담긴 뜻깊은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은 "일본·유럽 등 다른 동맹국들도 미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며 "미국 의회가 함정 시장의 빗장을 풀 수 있게 설득해야 하는데 협조를 부탁한다"고 했다.


모두발언 후 비공개로 전환된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 독자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R&D) 지원 및 방산 수주 활동에 따른 금융 지원을 요구했고 이 대표는 주로 기업인 발언을 경청하고 향후 북극항로 개발과 관련한 쇄빙선 수요에 대한 조선업계의 전망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기업 중심의 성장 우선론을 내세우며 기업 측과 접점을 넓히는 배경을 두고 '부울경 표심을 잡기 위함'이라고 해석한다. 울산·부산·창원·사천으로 이어지는 동남권 해안가에는 조선·방산·원전·항공·우주 관련 산업시설이 밀집했다. 고용 효과가 큰 기업체가 밀집한 까닭에 이곳 지역 유권자 상당수가 관련 산업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민주당 재선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부울경은 TK(대구·경북)에 비해 보수세가 약해 민주당이 (비교적) 약진해 온 곳인데 최근 보수세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부울경의 대표 격전지인 낙동강 벨트의 경우 2020년 총선을 끝으로 민주당이 매번 패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친기업 행보를 보이면서 이들 지역에 영향이 큰 업종의 육성 의지를 내비치는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전국적으로는 압승을 거뒀지만, 낙동강 벨트에선 고배를 마셨다.

2020년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 9개 지역구 중 5개 지역구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는 10개 지역구 중 7개를 국민의힘에 내줬다. 최근 이 대표가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지난 10일 국회 연설에서 "세계에서 부울경으로 모인 화물이 대륙철도와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갈 미래비전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고 발언한 기저에는 부울경에서의 위기의식이 반영됐을 거라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당시 연설에서 "동남권 발전의 발판이 될 북극항로에 긴 안목으로 관심을 가지고 준비할 때"라며 "동남권을 해운·철도·항공의 트라이포트와 그 배후단지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도 문 전 대통령이 '부울경 메가시티 비전을 적극 고민해달라'고 요청하자 "북극항로의 시발점이 부산이 될 것이다. 당의 비전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당 지도부와 함께 부산 강서구 부산항만공사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이 성사되다면 이 자리에서도 북극항로 관련 정책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