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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이슈 불붙는 OTT 시장

서글프게도 사회 축소판된 학교…OTT에 학원물 넘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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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터디그룹’ 스틸컷.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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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공고에선 싸움 실력으로 전교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를 매기고, 채화여고에선 성적과 집안 배경으로 서열이 나뉜다. 백연여고에선 투표로 한달에 한번씩 ‘왕따’를 뽑는다. 드라마 ‘스터디그룹’ ‘선의의 경쟁’ ‘피라미드 게임’ 속 학교의 모습이다. 최근 오티티(OTT)에서 학원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기존 학원물이 청소년들의 학업과 사랑을 주로 다뤘다면, 요즘 학원물은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 공간을 활용해 폭력·계급·경쟁 등 어른도 몰입할 만한 소재를 자극적으로 그려낸다.



티빙에서 지난달 23일 공개한 ‘스터디그룹’은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공부를 잘하고 싶은 윤가민(황민현)이 싸움으로 서열을 가리는 유성공고에서 공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코믹 액션물이다. 최선을 다해 공부하지만 전교 꼴등을 겨우 면하고, 관심 없는 싸움에만 천부적 재능을 지닌 윤가민을 연기하는 황민현의 ‘은은한 광기’ 어린 눈빛이 재미를 더한다. “통쾌함을 주기 위해 과장되고 과감한 액션을 만들었다”는 이장훈 감독의 말처럼 판타지에 가까운 싸움 장면의 쾌감도 크다. 티빙 유료 가입 기여자 수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방영 3주차 시청자 수 기준(라쿠텐 비키) 미국, 영국, 브라질, 멕시코, 프랑스 등 74개국에서 2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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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선의의 경쟁’ 스틸컷. 유플러스티브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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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플러스티브이(U+tv)에서 지난 10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선의의 경쟁’도 여고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살벌한 입시 경쟁을 다룬 스릴러 드라마다. 대한민국 상위 1% 채화여고에 전학온 슬기(정수빈)에게 이 학교 1인자 유제이(혜리)가 다가오고, 각자 욕망을 드러내는 친구들까지 얽히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넷플릭스에서는 2022년 웨이브에서 공개돼 흥행한 ‘약한영웅 클래스1’의 후속작 ‘약한영웅 클래스2’를 올해 선보인다. 지난해 ‘피라미드 게임’과 올해 ‘스터디그룹’을 잇따라 성공시킨 티빙은 전교 학생회 선거 이야기를 다룬 ‘러닝메이트’를 다음달 6일 공개한다.



과거 지상파 방송 학원물이 청소년들의 학업과 사랑, 우정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최근엔 소재가 다양해졌다. 학교를 배경으로 어른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터디그룹’은 만연한 학교폭력에 무력한 학교, 이에 맞서는 의외의 학생이라는 소재를 코믹하게 그렸다. ‘선의의 경쟁’은 입시 경쟁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간의 학원물과 차이는 없으나 동성애 설정과 교사의 의문사라는 미스터리, 계급의 문제를 끌어오며 차별화했다. 공개 예정인 ‘러닝메이트’는 학교에서 펼쳐지는 선거를 소재로 한 정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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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터디그룹’ 스틸컷.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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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적나라하게, 나아가 극단적으로 그려내는 만큼 수위가 세다. 청소년이 출연하는 드라마지만 청소년은 볼 수 없는 게 대부분이다. ‘스터디그룹’은 싸움 장면의 폭력성이 짙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고, ‘선의의 경쟁’도 학생들이 약물에 의존하거나 담배를 피우고 클럽에 드나드는 모습 때문에 같은 등급을 받았다. ‘약한영웅’과 성매매에 노출된 10대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학원물 ‘인간수업’ 또한 청소년 관람 불가 작품이다.



오티티가 학원물을 쏟아내는 것은 우선 학교가 서열 싸움과 계급 갈등, 인간의 욕망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학교는 학생들이 모여 집단 생활을 하는 공간이고, 그 안에는 아직 유아적인, 혹은 세상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현실을 축소판으로 보여줄 수 있고 성인들의 욕망과 이면의 문제들을 투영시킬 수 있다”며 “다만 이를 너무 과잉되고 비정상적으로 그려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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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피라미드 게임’ 스틸컷.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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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가 대체로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학원물이 웹툰의 주류 장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교 배경 드라마가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민 만화평론가는 “웹툰이 나오기 전 만화를 보던 시대부터 학원물은 인기였고, 웹툰에서도 학원물이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주요 소비층으로부터 인기를 끌어왔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웹툰 학원물들이 더욱 자극적이고 독특한 소재를 찾아왔고, 이런 흐름이 드라마로 이어진 것”이라고 봤다.



지상파·케이블 방송과 차별화를 꾀하는 오티티의 특성도 영향을 끼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마약이나 소년비행 등은 이전 지상파 방송에선 도저히 다룰 수 없는 소재였지만, 오티티가 생기면서 적나라한 수준의 콘텐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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