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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일)

국내 전체 데이터센터보다 더 큰 데이터센터, 전남 유치 성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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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창업주 손자 구본웅 측-전남도, 26일 美 샌프란시스코서 협의
WSJ "50조원 투자, 3GW 규모"... 국내 전체 데이터센터 수전용량보다 커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프로젝트와 연계 추진, 지자체 경쟁 심화 전망

머니투데이

광주광역시 첨단3단지 국가AI데이터센터 전산실. / 사진제공=NHN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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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급 규모의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전라남도(이하 전남도)와 LG그룹 창업자 손자가 주축이 된 투자기업과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는 161개 데이터센터가 소모하는 전력보다 훨씬 큰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19일 전남도 및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남도는 내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투자기업 '스톡팜로드'(Stock Farm Road, 이하 SFR)와 전남도 관내에 3GW(기가와트)급 수전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수전규모 및 용량, 부지 면적, 사업 착수 시기 및 데이터센터 규모 등 세부 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양측은 오는 26일 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SFR은 최대 350억달러(약 50조4000억원)를 투자해 전남도에 3GW(기가와트)급 수전용량을 갖춘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연내 착공에 들어가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이 데이터센터는 단연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에는 서버, 스토리지 등 IT 설비들이 구축되는데 이들 IT 설비를 가동하고 이 설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공조시설을 운용하는 데 막대한 전력이 소비된다.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초고압 대용량 전력의 공급이 필수적이다. 특히 기존 전통적인 IT 인프라를 운용할 때와 달리 데이터센터는 훨씬 대용량의 전력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의 규모는 이 수전용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동되는 데이터센터의 수는 161곳으로 이들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수전용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499㎿(메가와트)다. 전남도와 SFR이 추진하는 내용대로라면 현재 국내에서 가동되는 전체 데이터센터보다 더 큰 수전용량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 원자력 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력을 대략 1.4GW로 평가하는데 계획대로라면 원전 2기가 이 데이터센터 운용에만 투입돼도 모자라다는 얘기다. 막대한 부지는 물론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엔비디아 등 기업들이 만드는 최신형 AI칩 가동을 위해서는 기존 공랭식보다 냉각 성능이 우수한 수랭식 공조가 필수이기 때문에 냉각용수 공급도 원활해야 한다. 게다가 글로벌 기후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 먹는 하마'로 지탄을 받는 데이터센터도 RE100(신재생에너지 사용률 100% 이행을 위한 이니셔티브) 압박에 놓여 있다.

SFR은 국내 현지 조사를 통해 전남도가 부지 면적이나 전력 공급 및 신재생에너지 및 용수 조달 편의성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의 전력통계 월보에 따르면 최근 조사 시점(2024년 12월말) 기준 국내 총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6만3155GWh·기가와트시) 중 전남도의 비중은 18% 가량(1만1221GWh)으로 전국 17개 광역 시도 지방자치단체 중 1위를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규모도 6590GW로 전국 전체 발전설비 용량(3만4693GW)의 19%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전남도는 이번 데이터센터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필요 사항의 조속한 인·허가 등 행정 절차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또 한국전력에 필요한 전력 조달을 위한 전력계통영향평가 등 절차적 사항에 대해 문의해 사업이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안팎의 지원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을 위해서는 건설사, 클라우드 기업, 통신사, 데이터센터 운영사 등 다양한 업권의 기업들이 모여야 한다. 다만 아직은 어떤 사업자가 이번 사업에 동참할지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 전남도 관계자는 "SFR 측과 세부 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데이터센터 운영 형태가 정해져야 어떤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가세할지, 어떤 기업들로 컨소시엄을 꾸릴지 등 세부적 사항도 결정될 수 있다"며 "아직은 아무 것도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정부가 최근 공고한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과 시기가 겹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부·공공 출자금 2000억원을 포함해 사업을 실제 추진할 민간 기업(컨소시엄)이 저리대출 등으로 조달하는 자금을 더해 2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AI컴퓨팅인프라 사업은 비수도권 지역에 1EF(엑사플롭스, 1초에 100경회의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능력)급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이 진행한 사업 설명회에 몰린 청중 중 다수가 비수도권 지자체 담당자들이었을 정도로 지자체의 관심이 높다. 조단위 자금 및 최신 데이터센터는 물론 유관 파생산업까지 유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이번 SFR 데이터센터의 유치를 통해 국가AI컴퓨팅센터까지 유치하는 것을 도모한다. 대규모 부지와 대용량 전력 확보에 실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투자자까지 유치하는 데 성공할 경우 지자체간 유치경쟁에서 전남도가 몇 발 앞서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남도-SFR의 협의는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전에 나서려는 지자체간 경쟁을 더 격화시킬 것"이라며 "기업들과 지자체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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