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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9시쯤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놓여있는 중고 주방기구들. 상인들은 최근 늘어나는 폐업으로 인해 상태가 좋은 중고 제품이 많다고 했다. /사진=오석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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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폐업 가게들의 중고 물품이 모이는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새 제품 같은 스테인리스 진열대와 업소용 냉장고, 싱크대, 식탁·의자 등이 즐비했다. 중고 물품을 팔러온 트럭들이 도로를 오갔다.
주방기구 가게 직원 전철용씨는 "폐업 가게 철거 현장을 가서 주방 기구들을 들여오는데 요즘 사용연수가 2~3년 정도밖에 안 된 것들이 많다"며 "사장님도 '사람들이 창업을 하지 않아서 기구를 안 사고 팔기만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젊은 분들이 식당에 도전했다가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주방기구 가게에서 근무하는 김종국씨는 "특히 젊은 분들이 '기구를 팔 수 있겠냐'는 전화 문의가 많이 온다"며 "상태가 좋은 제품을 가져와 구매가 반값에 처분하려 하는데, 비싸서 못 살 때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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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새것이나 다름없는 주방기구들이 황학동 주방거리 가게 밖 차도까지도 늘어섰다. /사진=오석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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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 주방거리는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도 식당·카페 등 외식업 창업자들의 '성지'로 불렸다. 중고 주방 기구를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어서다. 최근 음식점·카페 등 외식업 줄폐업으로 이제 기구를 사러 오는 사람들보다도 처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상황이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음식점 10만7526곳이 폐업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일반음식점 폐업률은 10.4%로 2005년 11.2%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폐업' 사유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은 1조39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1조2600억원인 지난해보다 10.38% 증가한 수치다.
주방거리에서 3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한 박정선씨는 중고 물품이 쏟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철거 후 주방기구들을 들고 오는 트럭이 엄청 많다"며 "가게 창고에도 한계가 있으니 전부 받을 순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빨리 접는 건지, 들어오는 매물 상태는 좋아져도 장사가 안된다"며 "옆집에서는 우스갯소리로 10년 전엔 냉장고 밑에 구멍이 뚫렸어도 철판만 갖다 대면 금방 팔렸다고 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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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가게들의 주방용 기구가 거리를 넘어 골목까지 가득 찬 모습. /사진=오석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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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자영업 줄폐업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은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힘든 자영업자의 위기라고 보여도 넓게는 불경기·고금리 여파의 시작일 수도 있다"며 "경기가 더 침체하면 이런 현상이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등까지 확산하고, 이것이 금융 위기까지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 줄폐업은 경기 악화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폐업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불경기의 신호로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면 소비심리가 더 위축되는 등 경제에서도 '전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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