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사교육 카르텔’ 적발
공립·사립고교 교사 249명
6년간 사교육업체와 결탁해
모의고사 문제 제작·판매
문항 공급조직 꾸려 알선도
16명은 수능출제위원 참여
사교육 비중 높은 탐구·수학
서울 송파·강남 학원가 집중
공립·사립고교 교사 249명
6년간 사교육업체와 결탁해
모의고사 문제 제작·판매
문항 공급조직 꾸려 알선도
16명은 수능출제위원 참여
사교육 비중 높은 탐구·수학
서울 송파·강남 학원가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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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사 249명이 최근 6년간 대형 입시 학원에 불법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수백억원을 받은 것으로 감사원 결과 드러났다. 교사들은 대부분 사교육 업체와의 문항 거래 사실을 학교와 교육청에 숨겼고, 이 중 16명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속이고 수능과 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다. 일부 교사들은 ‘문항 공급 조직’을 만들고 다른 교사들을 섭외해 사교육 업체들과 거래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제도를 개선하고 해당 교사들에 대해 징계 등 조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수능 만능주의’라는 현 입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암거래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감사원이 공개한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직 교사 249명이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사설학원에 모의고사 및 교재용 문항을 제작·판매하고 받은 것으로 확인된 금액은 212억9000만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8500만원을 챙긴 것이다.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2015년부터 모의고사 문항을 꾸준히 공급해 8개 사설업체로부터 6억1000만원을 받았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사교육 업체와 교사간 유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거래규모는 서울이 160억원(75.4%)으로 가장 컸다. 경기도 38억원(18%)까지 합하면 서울·경기 지역 내 문항거래 규모가 전체의 93.4%에 달했다. 서울에서는 송파구(23억원)·강남구(23억원)·양천구(21억원)가 거래규모 상위권에 오르는 등 대형 입시 학원이 몰린 지역에서 암거래가 성행했다.
과목별로는 과학이 66억원(31.1%)으로 거래 규모가 가장 컸고, 수학이 57억원(26.8%)으로 뒤를 이었다. 교육과정을 벗어난 ‘킬러 문항(고난도 문항)’이 수능에 계속 출제되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한 문항 발굴이 사교육업체의 주요 경쟁력으로 부각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어는 20억원으로 5위를 차지했다.
일부 교사는 자신이 아는 교사들을 끌어모아 문항 공급 조직을 꾸린 뒤 알선비 명목으로 추가 수익을 얻기도 했다. 고교 교사 B씨는 2019년 출제·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교원 8명을 섭외해 2023년까지 문항 2000여 개를 사교육업체에 공급하고 6억6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다른 고교 교사 C씨는 배우자가 설립한 문항 공급 업체를 통해 2019~2022년 18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3억원은 C씨 본인이 갖고, 1억1000만원은 배우자 업체의 영업이익 명목으로 챙겼다.
이 밖에 △학원에 판매한 문항을 학교시험에 그대로 출제 △문항 거래 후 ‘사교육 업체와 거래 사실이 없다’고 심사자료에 허위 기재한 뒤 수능·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참여 △학원에 EBS 수능 연계교재 파일 유출 등의 행위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러한 행태가 만연한 배경으로 △고난도 문항 수능 출제 경향 △교육부의 감독 부실 등을 꼽았다. 또 교육부는 지난 2020년 사설 모의고사에 문항 출제가 가능한지 묻는 민원에 겸직허가 관련 규정 등 원론적 내용만 회신하는 데 그쳤고, 2021년 교원 겸직허가 실태를 조사하며 문항거래 행위가 확인됐는데도 이를 그대로 두는 등 지도 감독에 소홀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지적됐다.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 혁파, 입시 비리 조사 등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공정 사안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사교육·입시 비리 대응담당관을 신규 자율 기구로 설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의 감독 부실에 대한 지적에 교육부 관계자는 “경찰 수사 의뢰를 하는 등 교육부도 사교육 카르텔 혁파를 위해 노력했다”면서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수능 만능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 같은 유착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인한 사교육 열풍은 한국 사회를 갉아먹는 고질병이나 다름없다”면서 “수능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일부 교사들의 만행이 교사들의 사기를 꺾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과서 집필이나 문제집 출판은 일선 교사에게 명예로운 일인데,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어둠의 경로로 거래한 일부 교사들의 행위가 교사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할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러한 행위가 기관장 허가 없는 영리업무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64조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에 해당된다 보고 비위 정도가 큰 29명은 징계요구 등을 하고, 나머지 220명에 대해선 교육부에 적정 조치토록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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