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판매액 1년새 17배 급증…트럼프 최고 수혜주
예·적금, 요구불 급감…해외주식·가상자산·달러예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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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현물시장 'KRX 금시장'의 시장가가 국제 금 시세보다 비싼 상태가 계속되는 등 금 투자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외벽에 부착된 골드바 사진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5.2.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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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도엽 박동해 기자 = '세계의 대통령'으로 군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과 이로 인한 세계 경제 타격 우려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취임 직전부터 '대대적인 관세'를 예고한 데 이어, 실제 취임 후 중국,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현실화하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시장금리가 인하되는 추세 속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위해 안전자산인 '금', '달러' 매수가 급증했고 트럼프 수혜가 기대되는 미국주식, 가상자산으로 자금 이동도 심화되고 있다.
은행권 골드바 이달에만 581억 팔려…전년比 17배 급증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이달 1일부터 17일까지 골드바 판매액은 총 581억 3403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총판매액인 270억 3178만 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해 2월 1~17일 사이 골드바 판매액은 33억 8138만 원인데, 이와 비교하면 1년 새 무려 17배 넘게 팔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보름만인 지난 4일 주요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현실화하면서 판매액 증가세가 더 도드라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수입품에 10%, 캐나다·멕시코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에 나섰다. 캐나다·멕시코의 경우 한 달 유예가 이뤄졌지만, 중국은 그대로 발효됐다.
이 직후 골드바 판매량은 급증했다. 5대 은행의 지난 3~4일 골드바 판매액은 20~21억 원대였지만, 5일 들어 38억 원, 7일 약 54억 원 등 크게 늘었다.
특히 골드바 주요 공급처인 한국조폐공사가 시중은행에 골드바 공급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이 알려진 지난 12일 이후에는 더 크게 늘었다. 수급의 어려움이 있다는 소식에, 더 늦게 전에 매입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기준 57억 원이던 판매액이 13일 들어 108억 원까지 뛰는 한편, 14일에도 96억 원 넘게 팔렸다. 지난 12일부터 국민은행이 골드바 판매를 잠정 중단했음에도, 다른 은행으로 수요가 몰린 것이다.
이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 증대로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이 몰린 영향이다.
최근 MKS팸프의 니키 실스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금은 트럼프 관세의 수혜 품목"이라며 "관세와 금값 사이 긍정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트레이드'의 최고 수혜주가 '금'이란 설명이다.
골드바 판매량이 늘자 덩달아 골드뱅킹 잔액도 크게 늘었다. 골드뱅킹은 은행에서 운영하는 금 관련 금융상품으로, 고객이 금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계좌를 통해 금을 거래할 수 있다.
골드뱅킹을 취급하지 않는 하나·농협은행을 제외한 3개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8953억 원으로, 지난달 말 8353억 원 대비 6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2월 말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5146억 원이었는데, 1.7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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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5.2.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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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이어 '안전자산' 달러예금도 폭증…이달에만 46.6억달러 늘어
달러예금도 폭증하고 있다. 골드바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또 다른 안전자산인 '달러'에도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지난 17일 기준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684억 3450만 달러로, 지난달 말 637억 7182만 달러 대비 46억 6268만 달러 늘어난 수치다. 한화로 약 6조 7000억 원 수준이다.
월말 기준 잔액이 가장 많았던 건 지난 2023년 1월 682억 3181만 달러인데, 지난 17일 기준 이를 넘었다.
이달 들어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자 '강달러' 흐름을 반영해 매수세가 강해진 영향과 함께, 안전자산 수요가 함께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수출업체뿐만 아니라 해외주식을 위한 저가매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환율은 1452.7원이었으나, 지난 17일 기준으로는 1441.7원으로 오히려 내려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에 서명하면서도, 4월 1일까지 유예기간을 둔 점을 두고 시장에서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로 본 영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달러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수출입 기업의 사전적 달러 수요 확보 및 달러 재테크 등 수요 증가가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예·적금, 요구불예금 급감…해외주식·가상자산 시장으로 이탈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한 트럼프 효과에 대한 기대와 미국 우선주의의 수혜가 예상되는 가상자산과 해외주식으로의 자금이탈도 심화되고 있다.
주요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970조 9740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1월 말 987조 7606억 원 대비 16조 7866억 원이 빠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은행권의 예금금리가 내리자 일부 이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저원가성 예금으로 불리는 '요구불예금' 잔액도 크게 줄었다.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도 불리는 요구불예금이 줄었다는 것은 우리 증시가 부진한 틈을 타 트럼프발 불확실성을 쫓아 미국 증시나 가상자산 시장으로 넘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17일 기준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611조 9942억 원으로, 지난달 말 627조 4067억 원 대비 15조 4125억 원이나 빠졌다. 지난해 말 631조 2335억 원과 비교하면 20조 원에 가까운 19조 2393억 원이나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으로 대기자금이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래량이 급감한 부동산 시장으로도 흘러가지 않아, 해외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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