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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죄 없는 자, 이 여자에 돌 던져라”…김새론 사망에 정치권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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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악성 댓글’ 문제 재점화

국힘 최형두 “악플 폐해…SNS 규제 등 대책 검토”

개혁신당 이기인 “죽창은 정의 아냐…지옥도 멈춰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김새론(25)에 대해 각계각층에서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 중 하나로 악성 댓글(악플) 문제가 지적되자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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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새론.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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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스물다섯 젊은 배우 김새론씨의 비극으로 악플이 얼마나 폐해를 끼치는지 느낀다”며 “악플로 숨진 유명 연예인들이 여럿이다. 최진실·설리·구하라·이선균에 이어 젊은 여배우(김새론)까지 비극을 당했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최 의원은 “그동안 악플 등에 여러 (대책) 논의가 있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플랫폼의 악플 유통, SNS 규제 등을 점검해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관련 대책은) 국회에서 논의가 거듭됐지만 막지 못했던 책임을 통감하고, SNS와 고질적인 뉴스플랫폼을 통한 정치 비방에 대해서도 여야가 힘을 합쳐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댓글을 통해 여론 조작하는 범죄도 있었고 이런 것들이 방치되고 있다”면서 “김새론씨를 계기로 포털 뉴스조차 이런 악플과 정치적 분열 문제를 가중하는 것에 대해 철저히 점검해서 이러한 비극이, 정치적 혼란·분열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개혁신당 이기인 수석 최고위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배우 김새론씨가 세상을 떠났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는 성경 구절이었다”며 “우리는 못나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최고위원은 “배우 이선균씨의 명대사도 있다.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줘야 하는 게 인간 아니냐’”며 “김새론씨의 과거 일거수일투족을 정당화하자고 드리는 말씀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비통함과 참담함, 무언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느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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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배우 김새론의 빈소 앞에 근조 화환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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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스스로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고 죽창을 들고 몰려가 사정없이 목표물을 찌른다”며 “자신이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방식이 아무리 공적인 범위를 넘어서고 잔인해도 상관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이 방식은 더욱 잔혹해졌다. 서로를 향한 ‘파묘’는 일상이 됐고, 폭로하고 또 폭로하고, 어디든 끝까지 쫓아가 기어이 대상을 짓이겨 버린다. 그리고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며 “이 광기의 책임이 특정 정치 세력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 모두가, 상대를 공격할 수 있을 때는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렇지 않게 죽창을 휘둘렀다”고 비판했다.

또 “아무리 천인공노한 일을 한 사람에게도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 사적 제재로 누군가를 인격 살해하지 않는 것, 섣불리 판단해 집단 린치하지 않는 것, 이 모든 것이 놀랍게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가 지키려고 노력했던 가치들”이라며 “이제 이 지옥도를 멈춰야 한다.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법이 그를 처벌할 것이다. 그를 바로 세우겠다며 손쉽게 죽창을 드는 것은 결코 정의가 될 수 없다”며 “이 숨 막히는 지옥 열차를 멈춰 세웠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김새론씨의 명복을 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SNS에 “사람이라면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부모를 욕하는 일, 죽은 자를 모독하는 일, 나를 위하던 사람을 배신하는 일,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고 조롱하는 일도 선을 넘는 행위”라며 “김새론 배우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그런데도 언론과 악플러들은 그를 끝없는 조롱과 비난의 대상으로 대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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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배우 김새론의 빈소 고인의 영정사진이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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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 16일 오후 4시54분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와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가 자택에서 그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 등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변사사건 처리할 예정이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는 2022년 5월 음주운전을 하다 가드레일과 변압기를 들이받고 도주해 법원으로부터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3년간 연기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4월 연극으로 활동을 재개하려 했으나 복귀가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건강상 이유로 하차했다.

김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에도 악성 댓글이 계속되자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전날 SNS를 통해 “이번 김새론 배우의 죽음은 벼랑 끝에 내몰린 죽음이란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든다”며 “잘못을 했다고 해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게임’ 같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잃어야 숨 쉴 틈도 없이 파괴적 수치심을 부여하는 것을 멈출까”라면서 “사회적 대화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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