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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 (목)

“미국 회사 지분 사버릴까”…잘나가는 대만 TSMC, 트럼프 압박에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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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파운드리 지분 20% 인수 검토
트럼프 “반도체 미국서 생산해야”
관세 폭탄보단 생산확대 초점
美 보조금 받는 기업 정조준
삼성 추가 투자해야 할 수도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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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메이드 인 아메리카’ 칩 정책의 일환으로 비미국계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지분 20%를 인수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보조금 계약을 맺은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계약 조건을 변경하는 동시에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대규모 보조금을 받은 비미국계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두 곳으로, 향후 삼성전자에도 압박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17일(현지시간) 대만 매체인 연합보 등에 따르면, TSMC는 트럼프 행정부 요청에 따라 인텔에서 분사할 예정인 IFS 지분 20%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TSMC가 IFS 신주를 매수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미국 반도체의 ‘심장’으로 불리는 기업이다. 1971년 처음으로 민간용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했고, 1980년대에는 메모리 칩으로 세계를 주름잡았다. 파운드리 사업에는 2010년대 중반부터 뛰어들었다. 미국에만 애리조나주 챈들러, 뉴멕시코주 리오랜초, 오리건주 힐즈버러, 오하이오주에 운영하거나 구축 중이고, 유럽에서는 아일랜드 리스크립과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이스라엘 키르야트 가트와 중국 다롄에 라인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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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고객인 팹리스 기업이 외면했다는 점이다. AMD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놓고,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두고 각각 인텔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퀄컴은 인텔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지만, 삼성전자 등을 통해 이미 칩을 조달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텔 파운드리는 2023년에만 70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입었다. 따라서 반도체 제조 기업이 전혀 없는 미국으로서는 인텔은 반드시 회생시켜야 할 대상인 셈이다.

인텔이 파운드리 기업을 상대로 합작을 타진한 것은 작년 말부터다. 인텔 고위 관계자는 작년 10월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파운드리 부문의 포괄적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타진한 바 있다. 2024년 10월 22일자 A1·3면 보도

하지만 겔싱어 CEO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나면서 ‘인텔·삼성 동맹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이후 협업 대상이 TSMC로 변경됐다. 당초 인텔은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텔이 3㎚(나노미터) 공정에 이미 돌입한 상태였기 때문에 TSMC로서는 라인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급물살을 탄 것이 지분 인수 방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홍콩 톈펑국제증권의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반도체 관세 인상론은 ‘포커 페이스’라고 진단했다. 그는 “관세 인상은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크게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를 요청하고 △인텔 파운드리와 협업을 유도하며 △미국 내 칩 공급망 확대를 요구하고 △기술이전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상은 보조금 혜택을 받은 반도체 기업이다. 앞서 인텔은 총 4개 지역에서 반도체 첨단 공정을 확대하기로 했고, TSMC는 시설 3곳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2곳과 연구개발(R&D)센터 1곳을 운영하기로 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투자 예상 규모를 축소하면서 당초 알려진 규모보다 16억5500만달러(26%) 감소한 47억4500만달러만 보조금으로 받기로 했다.

주요 타깃은 TSMC지만 화살이 삼성전자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향해 투자 확대를 다시 요구하거나, 인텔 파운드리 운영에 동참할 것을 촉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도 조금 만들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것(반도체)이 대만에서 만들어진다”며 “대만은 미국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 갔다. 우리는 그 사업을 되찾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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