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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증인이자 기자들 ‘큰누님’·‘맏언니’ 허희옥 前기자실장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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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기자실 25년 지키며 200여회 남북행사 참여
건강 악화로 지난해 명예퇴직…대통령 표창 등 포상
헤럴드경제

25년 간 통일부 기자실장으로 근무하며 남북관계의 역사적 순간마다 현장을 지켰던 허희옥(59) 전 통일부 기자실장(행정사무관)이 17일 별세했다. 허 전 실장이 작년 4월 기자들이 마련한 명예퇴임식 뒤 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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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남북관계의 역사적 순간마다 취재지원 현장을 지켰던 허희옥 전 통일부 기자실장(행정사무관)이 17일 별세했다. 향년 59세.

허 전 실장은 1986년 통일부의 전신인 국토통일원으로 입부해 작년 명예퇴임하기 전까지 200여회에 달하는 남북 회담과 교류의 최일선에 자리했던 남북관계 역사에 있어 산증인이었다.

37년 9개월의 근무기간 중 25년을 기자실을 관리·운영하는 대변인실 소속 기자실장을 맡아 임무를 수행했다.

2012년 암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몇 해 전 재발해 투병하는 속에서도 근무해오다 건강 악화로 작년 4월 예정보다 일찍 사직했다.

허 실장은 정부의 통일정책과 남북정책이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도록 취재활동을 물심양면 지원한 기자들의 ‘큰누님’이자 ‘맏언니’였다.

남북관계가 좋은 이유로, 혹은 나쁜 이유로 밤샘회담이 이어질 때 기자들과 함께 밤을 새거나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나 기자실에서 간식을 내오며 특유의 말투와 함께 던지곤 했던 “잡솨”는 통일부 안팎의 유행어였다.


광화문 통일부 청사와 남북회담본부, 판문점은 물론 평양과 개성, 금강산 등 북한 곳곳에도 그녀의 흔적이 묻어있다.

남북관계 최일선에서 오래 근무한 탓에 북한 측 인사들에게도 널리 알려졌었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18년 평양에서 열린 10·4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 당시 서울과 다른 생소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허 실장이 일처리 하는 모습을 보곤 “일 잘하는 기자실장 선생”이라고 평한 건 널리 알려진 일화다.


허 실장은 기자실장으로서뿐 아니라 공무원 본연의 임무에서도 높이 평가받았다.

재직기간 대통령 표창 1회, 국무총리 표창 1회, 장관급 표창 5회 등 정책소통과 여성공무원 권익 향상 등 공로로 총 9건의 포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탈북민 후원과 기부 등 활동을 해온 게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허 전 실장은 작년 4월 기자들이 통일부 청사에서 마련한 명예퇴임식을 끝으로 물러나면서 “기자실은 저한테 전부였던 것 같아요”라며 “좋게 나갔으면 좋을텐데 몸이 안 좋은 상태로 나가서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동안 너무 고마웠고 정말 진심을 다해 기자들을 사랑하고 좋아했습니다”고 말해 함께 자리한 기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빈소는 서울의료원장례식장 3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9일 예정이다. 장지는 유일 추모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