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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 (수)

"사랑으로 혐오 부수고자"... 등단 4년 만에 '이상문학상' 탄 예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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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의 세대론 그린 '그 개와 혁명'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주관사 문학사상사→다산북스
한국일보

예소연 작가가 1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예 작가는 등단 4년 만에 큰 상의 영예를 안았다. 다산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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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33)의 단편소설 '그 개와 혁명'이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내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은 부침 끝에 새로운 주관사와 새 출발을 알렸다.

운동권 아버지와 페미니스트 딸 이야기


예 작가는 1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결국 사랑이 전부가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혐오와 미움이 도사려도 사랑으로 그것을 부수고자 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 개와 혁명'은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인 아버지 태수와 2020년대 페미니스트 청년 세대인 딸 수민이 의기투합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위암 투병 끝에 지난해 6월 돌아가신 아버지를 간병했던 예 작가의 자전적 경험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심사위원회는 "가히 혁명적인 포용의 서사"라고 호평했다.

본심 심사를 맡았던 은희경 작가는 "재미와 공감을 동시에 주면서 새로운 지평을 넓힌다는 점에서 모든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받았다"며 "특히 지금 우리가 말하는 혁명은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면서 가야 하는데 이 소설만큼 우리가 갈 길을 보여주는 소설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2021년 문예지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예 작가는 장편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과 단편집 '사랑과 결함'을 펴냈다. 등단 4년 만에 이상문학상 수상으로 1998년 등단 3년 만에 '아내의 상자'로 같은 상을 받았던 은희경 작가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르다.
한국일보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예소연(가운데) 작가와 심사위원인 은희경(맨 왼쪽) 작가,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가 1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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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꾀한 이상문학상 "작품성만 본다"


이상문학상은 올해부터 다산콘텐츠그룹 산하 출판브랜드 다산북스가 주관한다. 작가 이상을 기리며 1977년 제정된 이래 47년간 문학사상사에서 운영해왔지만 지난해 6월 다산북스에 넘겨졌다. 2020년 불공정 계약 관행으로 작가들이 수상을 거부하는 등 권위가 크게 흔들린 데다 문학사상사의 경영 악화까지 겹치면서다.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는 이날 "한 해 동안 국내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 중에서 가장 빼어난 작품을 선정한다는 상의 기본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심사 대상 폭을 넓혔다. 단행본으로 출간됐거나 웹진 발표작, 기수상자의 작품일 경우 심사 대상에서 배제했던 기존 심사 관행을 없앴다. 작품성만이 유일한 심사 기준이다. '그 개와 혁명' 역시 2024년 1월 '문장웹진'에 발표된 소설로, 지난해 출간된 소설집 '사랑과 결함'에도 수록된 작품이다.

또한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주관사에 양도하고, 이후 단편집에 싣더라도 표제작으로 쓸 수 없게 해 논란이 됐던 기존 계약 조건도 달지 않기로 했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는 수상작품집에 수상 작가와 심사위원 간 대담도 수록한다. 김 대표는 "기존 이상문학상이 40, 50대 독자층과 함께했다면 앞으로는 20, 30대까지 독자층을 넓혀 젊은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상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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