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의 '우크라 종전협상' 유럽 패싱에 발끈
마크롱, 17일 긴급 비공개 유럽 정상회의 소집…
미-러 정상회담 전 EU-트럼프 회동도 쉽지 않아
![]() |
/로이터=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의 유럽 패싱이 현실화하고 있다. 유럽은 트럼프 행정부의 패싱에 반발하며 대응책 마련을 위한 긴급 정상회담 소집에 나섰다. 미국의 패싱을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협력으로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예측할 수 없는 변수 대응에 취약한 유럽으로선 뾰족한 대책 마련이 여의치 않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BBC·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 지도자들은 뮌헨안보회의(MSC, 14~16일) 종료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별도 비공식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MSC에서 J.D. 밴스 부통령 등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비판 및 패싱 발언이 나오고 미국이 종전 협상을 위해 러시아와 밀착에 속도를 낸 직후다.
![]() |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서 기조연설 중인 JD 밴스 미국 부통령 /로이터=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럽은 14일 J.D. 밴스 부통령의 MSC 기조연설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핵심 현안에는 침묵한 채 극우 관련 유럽 각국의 규제만 비판해 유럽 동맹국을 폄하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로이터는 "밴스 부통령의 MSC 발언과 이에 대한 유럽의 반발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유럽 지도자 간 세계관 차이를 보여준 것"이라며 "오랜 동맹국인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각종 현안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15일 트럼프의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가 유럽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자 유럽은 비공개 정상회담을 즉각 소집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미국 주도로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수일 내 종전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지도자들에게 17일 파리에서의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독일, 이탈리아, 영국, 폴란드 정상들이 회담에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영국은 미국과 유럽이 단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회담 참석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늘날의 세계 현실과 러시아로부터의 위협을 직시해야 한다. 유럽은 나토에서 더 큰 역할을 맡고 미국과 협력해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보장하고,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
JD 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 가운데)이 14일(현지시간) 뮌엔안보회의 참석한 방문한 독일 뮌헨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 가운데)과 회담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도 "유럽인의 참여 없이 유럽의 안보 구조와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논의할 수 없다. 유럽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며 미국의 패싱에 단결된 유럽의 행동을 보여줄 것으로 촉구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월요일 비공개 회담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이 문제(미국의 패싱)를 '매우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미국이 지원하던 유럽은 이제 없을 것"이라며 유럽 주도의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럽의 긴급 정상회담 소집에도 트럼프식 '패싱 외교'에 대응할 해법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유럽 동맹국들은 미국과 러시아 간 정상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유럽의 안보 보장에 대해 합의하길 원하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의 만남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유럽의 느린 의사 결정도 문제다. 한 유럽 장관은 블룸버그에 "현재 모든 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데 능숙하지 않다"며 EU 주요 회원국인 독일의 총선(23일)이 끝날 때까지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블룸버그는 "EU는 모두가 같은 규칙을 따를 땐 협상에 능숙하나, 트럼프가 촉발한 무질서한 상황에선 방향을 잃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