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kr |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주요 증인들과 더불어민주당의 ‘검은 커넥션’을 주장하며 연일 ‘탄핵 공작론’에 부채질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일방적인 의혹 제기를 근거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헌재 흔들기도 계속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탄핵 판결에 불복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오전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은 나라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재판인 만큼 객관적으로 증명된 사실과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헌재는 탄핵심판의 법적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가 12·3 비상계엄 관련자들의 검찰 신문조서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증거로 쓰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피의자 신문 조서는 이미 신빙성이 크게 훼손됐다”며 문제 삼은 것이다.
곽종근·홍장원-민주당 유착 의혹 제기…‘정치공작 게이트’ 수사 촉구도
권 비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내란 주장의 핵심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두 증인이 민주당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어떻게 두 사람 증언을 객관적 사실로 보겠나. 오히려 민주당과 검은 커넥션, 기획설을 의심하는 것이 더 합리적 판단이라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전날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의 국회 투입에 대해 증언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박범계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사전 회유를 받았고, 홍장원 전 차장도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 폭로 전 민주당 박선원 의원과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한 것을 기정사실화하며, 증언의 신뢰성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헌법재판소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속도전만 벌인다면 국민들께서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재판관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권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홍 전 차장 공작과 (곽종근) 특전사령관의 김병주 티브이(TV) 출연부터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6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며, 민주당과 탄핵 재판 핵심 증인들의 유착 관계를 제기하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온 조태용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지난 정부 국정원에 계셨던 야당 의원이 홍 전 차장을 지목하며 ‘내가 국정원에 있을 때 유력 사람을 통해 7차례 인사 청탁을 하지 않았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 쪽 변호사가 ‘국정원에 있었던 야당 의원이라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나 박선원 의원인가’라고 묻자 조 원장은 “네”라고 대답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조 원장의 증언을 들어 “홍 전 차장이 작성한 체포 명단 메모에 대해 거짓이라 생각한다. 증언의 신뢰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가진다”며 “국정원법 위반, 위증 등의 혐의로 홍 전 차장을 긴급 체포하고, 홍 전 차장과 민주당의 정치공작 게이트를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착취물에 댓글 달았다’ 확인도 안하고…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공격
이날 국민의힘에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온라인 카페에 공유된 음란 글에 댓글을 달았다”며 사퇴를 촉구하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형배 재판관이 졸업한 고등학교 동문카페에 음란물(성착취물) 2000여 건이 불법 게시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인 가운데 문 재판관이 이를 인지하고도 묵인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문 권한대행이 졸업한 경남의 한 고교 동창 카페에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다수의 성착취물이 게시됐고, 문 권한대행이 ‘불법 성착취물 게시에 방관·동조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확인 없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나경원 의원도 “동문 카페에서 수많은 음란물 게시·유포를 방조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도 최고 권위의 헌법재판관, 헌재 소장 대행의 자리까지 맡고 심판자의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고 참담하다”며 “만약 언론 보도와 의혹 제기가 사실이라면 수사·처벌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문 대행은 계속되는 졸속·편향 탄핵심판 운영에 이번 음란물 사태까지, 헌법재판의 공정성과 도덕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새빨간 거짓말”…“탄핵 판결 불복 의도” 비판
야당에선 국민의힘에서 나타나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헌재를 흔들어 “탄핵 판결에 불복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에선 국민의힘이 탄핵재판 핵심 증인들과의 회유·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데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범계 의원은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리허설과 회유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곽 전 사령관과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은 헌재에서 윤석열 피청구인 측의 회유 관련 질문에 저로부터 회유를 받은 바 없다고 증언했다”고 했다. 이어 “새빨간 거짓말을 면책 특권 보장을 방패 삼아 하는 성일종 의원에 분노보다는 일말의 연민을 느낀다”고도 덧붙였다.
박선원 의원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국정원에 근무하는 4년여간 국정원에서 홍장원 직원을 본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며 조태용 국정원장의 증언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나 박선원 의원이 홍 전 차장을 회유했다는 설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지 말라”고 조 원장의 발언에 반박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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