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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금)

이슈 사재기와 매점매석

"한국은 할인돼" 루이비통 수억씩 사가더니…따이궁, 싹쓸이 막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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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VIP 프로모션 특정 점포 한정 혜택...할인 규모·시기 등 제한할 듯
따이궁과 개별 관광객 구분 어렵고 매출 감소 우려도

올해 1월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개점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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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백화점업계가 앞서 글로벌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이하 루이비통)가 요청한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 할인 판매 금지 요청을 일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 점포 핵심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백화점 주요 점포 루이비통 매장이 외국인 VIP 프로모션 자제를 검토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외국인 VIP 프로모션은 본사에 공식 기준이 있는게 아니고 특정 점포에서 자율적으로 운용한 것"이라며 "앞으로 할인 시기와 규모 등 명확한 판매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백화점 일부 점포는 연간 구매액이 큰 외국인 VIP 고객을 대상으로 구매액의 약 6%를 상품권으로 되돌려주는 리베이트 제도를 운용해왔다. 이는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 VIP 고객을 위한 제도였는데, 약 1년 전부터 따이궁의 활동 채널이 면세점에서 백화점으로 옮겨가면서 제도의 취지가 변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따이궁이 루이비통을 비롯한 명품 리셀(되팔기) 채널을 면세점에서 백화점으로 옮겼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면세점이 지난해부터 따이궁 판매 수수료 지원을 대폭 줄이거나 거래를 끊었고, 환율 영향(원화 약세)으로 백화점 구매 가격이 면세점보다 저렴해진 영향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루이비통은 선호도가 매우 높은 브랜드지만 현지 유통 채널에서는 가격 할인이 없다. 이 때문에 한국보다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높다. 특히 국내 백화점에서만 유통되는 특별한 모델의 경우 현지에서 웃돈을 더 붙여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화점이 가품 문제도 없고, 백화점 리베이트까지 더해져 '안전 마진'을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활동처가 된 것이다.

따이궁은 한 번에 수 억원어치씩 구매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메스와 샤넬은 고객당 연간 구매 제한 수량을 설정하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렵지만, 루이비통은 이런 제한이 없어 따이궁의 타깃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면세점이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호황이었던 2019년 시내 한 면세점 앞에 따이궁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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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난해 연말 대형 백화점 매출 경쟁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하반기 무더위가 장기화하면서 아우터 등 고가 의류 매출이 감소하자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외국인 대상 명품 매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백화점업계의 고심도 커졌다. 루이비통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면 매출 감소가 우려되고, 거부하면 향후 매장 철수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루이비통이 샤넬과 에르메스보다 가격대는 낮아도 판매량이 많아 전체 매출은 크다"며 "루이비통 입점을 유지해야 샤넬과 에르메스가 후속 입점을 검토할 만큼 점포 구성에 매우 중요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중국인을 대상으로 루이비통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판매 현장에서는 리셀 목적의 따이궁과 개별 관광객(FIT)을 구분하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본사 차원에서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도 점포별 프로모션 시기를 단축하거나, 특정 매장에서 루이비통 상품을 대량 구매하는 중국인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한편 루이비통코리아는 2023년 말 기준으로 국내 매출액이 1조6511억원, 영업이익은 2867억원을 기록했다. 3대 명품 브랜드 중 매출은 샤넬코리아(매출 1조7038억원·영업이익 2720억원)에 이어 두번째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가장 컸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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