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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10만명 ‘더 폴’ 11만명…재개봉작, 극장가 효자네

중앙일보 나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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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10만명 ‘더 폴’ 11만명…재개봉작, 극장가 효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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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30주년 영화 ‘러브레터’. [사진 워터홀컴퍼니]

탄생 30주년 영화 ‘러브레터’. [사진 워터홀컴퍼니]


“농담조로 말했던 ‘오겡끼데스까(お元気ですか·잘 지내나요)’는 아련하기 그지없는 대사였구나….”(‘러브레터’ 네이버 관람평)

탄생 30주년을 맞아 지난달 1일 재개봉한 일본영화 ‘러브레터’가 한 달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한국에선 1999년 개봉해 이와이 슌지(岩井俊二) 감독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이다. 영화를 단독 개봉한 메가박스에 따르면 관객 연령대 중 20대가 35%로 가장 많다. 이번이 벌써 9번째 재개봉이지만, 명장면만 알고 영화는 못 봤던 젊은 세대가 몰리면서 올해 개봉한 독립·예술영화 중 처음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러브레터’ 배급사 워터홀컴퍼니 측은 “처음 개봉 당시의 3만 명만 다시 영화를 봐주셔도 다행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존 팬과 새로운 세대의 신규 팬층이 유입되며 관람 열풍의 에너지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5일 감독판으로 재개봉한 ‘더 폴: 디렉터스 컷’(2006)에 16년 전 극장 관람을 놓친 컬트팬이 몰린 것도 비슷한 양상이다. 연출을 맡은 타셈 감독이 최근 흥행 역주행 기념 내한까지 하며 지난 8일 재개봉 관객수가 11만명에 육박했다.

개봉 16년만에 4K 화질로 돌아온 ‘더 폴’ 등 재개봉작 흥행이 잇따른다. [사진 오드]

개봉 16년만에 4K 화질로 돌아온 ‘더 폴’ 등 재개봉작 흥행이 잇따른다. [사진 오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장 규모가 줄어든 극장가에서, 검증된 작품을 찾는 관객의 니즈에 맞춘 재개봉작 강세가 이어진다. 11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1~2월 독립·예술영화 흥행 20위 중 6편이 재개봉작이다. ‘러브레터’를 비롯해 ‘죽은 시인의 사회’(1989) ‘색, 계’(2007) ‘이터널 선샤인’(2004) 등 2번 이상 재개봉한 작품이 대다수다. 이번 달만 해도 지난달 작고한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대표작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5일 재개봉)부터 ‘미드나잇 인 파리’(2011, 12일 재개봉) ‘500일의 썸머’(2009, 12일) ‘클로저’(2005, 18일) 등이 줄을 잇는다.

인지도를 확보해야 하는 신작과 달리, 재개봉작은 제목은 들어봤지만, 영화관에서 본 적 없는 명작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한편으론 이미 수차례 재개봉, 특별 상영 등으로 ‘사골국’ 소리를 듣는 작품도 많다 보니, 이를 탈피하기 위해 최근엔 이미 영화를 본 관객도 다시 볼 가치를 느낄 만큼 업그레이드에 힘쓰는 추세다. ‘더 폴’은 기존 개봉 판에 없던 영화제 버전 일부 장면을 삽입하고, 4K 리마스터링으로 화질을 높였다. 지난해 12월 CGV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1부’를 4DX로 재개봉한 것처럼, 오리지널 개봉 땐 없던 특수 상영관과 결합한 재개봉도 주목받는다.


‘러브레터’는 엔딩신에서 ‘가슴 아파서 이 편지는…’이라고 번역된 자막을 ‘부끄러워서 이 편지는…’으로 고치는 등 그간 팬들에게 지적 받은 자막 의역 및 오역을 원작 의도에 맞게 수정했다.

영화계에선 신작 공급이 줄어든 것도 재개봉이 많아진 요인으로 짚는다. 한 극장 관계자는 “신작 라인업이 없어 텅텅 빈 극장들이 살아나려는 자구책”이라며 “각 극장의 콘텐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재개봉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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