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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 (수)

이상민 "'단전·단수' 쪽지 봤지만 지시받지도, 지시하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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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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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두고 청구인인 국회 측과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이 주요 쟁점과 관련해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였다. 11일 오전 10시 시작된 변론기일은 오후 8시 10분까지 10시간 넘게 '마라톤 형식'으로 이어졌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이 전 장관은 일부 언론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작성한 윤 대통령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한겨레신문·경향신문·MBC·JTBC·여론조사 꽃 등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는 문건을 보여줬다고 적혀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에 있는 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적이 있는데 그중 소방청 단전·단수 내용이 적힌 것도 있었다"며 "그러나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소방을 지휘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대통령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조치는 아예 배제돼 지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관련 쪽지를 본 이 전 장관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 전 장관이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상반되는 진술이다.

그는 윤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서 비상계엄과 관련한 지시 사항이 적힌 쪽지를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이 쪽지를 보여주면서 지시 내용을 알려준 적은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사실도 전혀 없다"며 "대통령이 (문건을) 주면 줬지, (공소장 표현처럼) 보여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답변했다.

이날 양측은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 유효성을 두고도 충돌했다. '당시 모였던 11명의 국무위원이 비상계엄 선포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이 전 장관은 "네,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어 "안건 자체는 그 자리에 있던 국무위원들도 다 알았고 모두 회의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의결정족수인 11명이 모인 회의는 5분 정도 진행됐지만 해제보다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훨씬 실질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이 처음부터 국무회의를 열 생각이 없었으나 누군가 국무회의 심의가 필요하다고 해서 회의를 열게 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애초에 국무회의를 열 생각이 없었던 만큼 절차적 흠결이 있는 위헌·위법한 계엄이라는 취지다.

윤 대통령 측은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신문에서부터 부정선거 의혹 진실 규명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과의 '하이브리드전'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하며 중국·북한이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해킹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존재한다는 취지다. 신 실장은 이와 관련된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3~4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신문에서는 다시 한 번 부정선거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백 전 차장은 중앙선관위 시스템 보안이 취약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백 전 차장은 "인터넷과 업무망(선거망)이 독립적으로 분리돼 운영돼야 하는데 망 간에 연결되는 접점이 있어서 외부에서 내부 시스템으로 침투가 가능한 문제가 있었다"며 "생각한 것보다 상당히 보안이 부족한 수준이라 놀랐고, 선거 시스템이 공격을 받으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사무총장은 "때마침 국정원에서 점검하겠다고 해서 보안 컨설팅을 진행했고 거기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서는 점검 이후 정부에서 상당한 비용을 지원해서 선거 서버를 개선했고 22대 총선이 치러졌다"며 "그럼에도 서버와 관련된 부정선거 주장이 계속 나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한 윤 대통령은 오후 6시 20분께 먼저 구치소로 돌아갔다.

한편 헌재는 재판관 평의 결과 윤 대통령 측이 요청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증인 신청은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초 13일 8차 변론기일에 출석 예정이었던 조지호 경찰청장은 다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에 헌재는 13일 오후 5시로 예정됐던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증인신문 시간을 오후 4시로 앞당겼다.

[박민기 기자 / 우제윤 기자 /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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