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기자]
어제(10일) 부산의 한 은행에서 무장 강도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30대 남성이 저렇게 검은 봉지에 총으로 보이는 흉기를 가지고 협박을 했는데, 알고 보니 저게 진짜 총이 아니라 공룡 모형 장난감 물총이었던 겁니다.
결국 2분 만에 붙잡혔는데요.
하지만 이 30대 남성은 생활고 탓에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앵커]
사정은 딱하지만 이런 범행을 저지르면 안 되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수에 그쳤음에도 결국 조금 전에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자체보다 이 사건 보드에 붙었던 댓글들이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대표적으로 가장 큰 호응을 얻은 댓글이 이거입니다.
이 사건 보시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2분짜리 은행강도가 어디 있느냐,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한 것이고 마치 호수 위에 비친 달빛 그림자를 잡는 꼴 아니냐'고 이야기하면서.
'돈을 담으라는 지시를 당연히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장난감 총은 합법적으로 구매했고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경고적인 행동이었다.' 이런 글이 상당히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데, 많이 들어본 이야기죠.
[윤석열 (4차 대국민 담화 / 2024년 12월 12일) :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윤석열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 / 지난 4일) :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뭐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뭐 이런 얘기들이 마치 그 어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거를 쫓아가는 그런 느낌을 좀 많이 받았고요.]
[앵커]
사실 완전히 전혀 다른 사건인데 묘하게 연관성이 있습니다. 이게 이렇게 다시 보니까 모든 범죄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운 논리를 취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네요.
[기자]
그러다 보니까 윤 대통령 논리 그대로 윤 대통령을 풍자한다, 이런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건데.
그러자 추가 댓글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몇 가지 가지고 와봤는데요.
고도의 강도 행위다, 은행털이는 강도의 고유권한이다.
취약한 은행의 보안을 국민들께 알리려는 계몽 강도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미국 은행이 곧 구조하러 올 것이다.
하지만 또 반대로 진지하게 미수도 범죄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앵커]
이게 보면 참 해학의 민족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참담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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