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다른 국가 정상들도 받으시라" 영국 총리가 에이즈 검사받은 이유

한국일보
원문보기

"다른 국가 정상들도 받으시라" 영국 총리가 에이즈 검사받은 이유

서울구름많음 / 0.0 °
HIV 검사 주간 홍보 및 오명 퇴치 위해 공개 검사
'간편 진단 키트' 직접 시연하며 "매우 쉽고 빨라"
키어 스타머(오른쪽) 영국 총리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유발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자 진단 키트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10일 영국 총리실이 공개했다. 영국 총리실 제공

키어 스타머(오른쪽) 영국 총리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유발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자 진단 키트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10일 영국 총리실이 공개했다. 영국 총리실 제공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공개적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검사를 받았다. 역대 영국 총리 중 처음이다. 여전히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만연한 상황에서 그가 에이즈 진단 검사를 자청한 이유는 뭘까.

영국 총리실이 10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스타머 총리는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간이 진단 키트 사용 방법을 시연했다. 그는 바늘로 손가락 하나를 찌른 뒤 피를 짜냈고 이를 진단용 액체에 묻히는 모든 과정을 홀로 진행했다. 스타머 총리는 "검사를 받을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검사는 매우 쉽고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 HIV 자가 진단에 나선 건 10일부터 시작되는 'HIV 검사 주간'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영국은 비용 부담 없이 익명으로 HIV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성병에 걸렸다'는 낙인이 두려워 HIV 검사 자체를 회피하는 이들에게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영국에서는 약 10만7,000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 4,700명가량은 감염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가디언 등은 전했다.

스타머 총리와 동석한 성 건강 관련 자선단체 '테런스 히긴스 트러스트'의 리처드 앤젤 대표는 "스타머 총리는 주요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 정상 중에는 처음으로 공개적인 HIV 검사를 받은 것 같다"며 "(성병 관련) 낙인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상징적인 장면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내 행동은 전 세계 정상들에게 '당신도 해 보라'고 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노동당 대표인 스타머 총리는 성병 감염 확산 방지와 인식 개선에 남다른 의지를 갖고 있다. '2030년까지 영국 내 HIV 추가 감염 제로(0)'를 목표로 지난해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에 맞춰 검사 비용 2,700만 파운드(약 485억 원)를 추가 투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