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7 (목)

'트럼프 철강 관세' 미국엔 인플레 부메랑…전문가 "협상여지 있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트럼프 1기때도 철강 관세…"인플레로 타산업 피해 더 커" 비판 직면

전문가 "美 물가상승 부메랑 될 것…韓, 대안 찾아 협상나서야"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이 열리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는 전용기서 멕시코만을 '걸프 오브 아메리카'로 바꾸는 포고문에 서명을 한 뒤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2025.02.1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밝힘에 따라, 주요 대미 철강 수출국인 우리나라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이번 고강도 관세 부과 방침이 현실화하면 한국의 철강 수출 기업뿐 아니라, 미국에 진출한 한국 제조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률적인 철강 관세 인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민감한 미국 내 인플레이션 부작용이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합당한 대안을 제시하면 협상의 여지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기 때도 철강·알루미늄 관세 정책을 발표한 뒤, 추가 협상 과정에서 한국 등 일부 국가의 관세를 유예하고,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물량할당제도(절대쿼터제)로 타협한 바 있다.

미국 산업 지킨다는 트럼프 관세…미국에서도 '경제 악영향' 지적

철강·알루미늄 관세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7년 전 사용했던 전략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철강 25%, 알루미늄 10% 관세 부과를 시행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2018~2021년 당시 미국의 철강 수입은 24%, 알루미늄은 31.1% 줄었다. 대신 미국 내 생산은 각각 1.9%, 3.6% 늘었다. 일종의 산업 보호 효과를 본 것이다.

문제는 이에 따라 철강·알루미늄 가격이 뛰면서 이를 활용하는 미국 내 제조업 기업에 피해가 전이됐다는 것이다.

2018년~2021년 미국 수입 철강 가격은 22.7%, 알루미늄은 8.0% 뛰었다. 전체적인 철강, 알루미늄 평균 가격은 각각 2.4%, 1.6% 상승했다.

미국의 세금 정책 연구기관 '세금 재단'(Tax Foundation)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정책에 대해 "철강 산업 보호 효과보다 타 분야 피해가 커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비판했다.

당시 미국 내 철강 생산은 15억 달러 늘었고 알루미늄은 13억 달러 늘었다. 대신 자동차, 건설, 운송, 포장, 청량음료 제조 산업 등 철강·알루미늄 활용 산업에서는 원가 인상 영향으로 34억 달러의 생산 감소를 겪었다.

세금 재단은 "미국이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와 쿼터제를 폐지하면 장기적으로 GDP가 0.02%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다른 국가들이 철강 관세로 미국 수출품에 매긴 보복 관세를 철회하면 총 16억 달러에 달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 GDP가 추가로 0.01%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국가 안보 문제를 이유로 도입됐지만 미국의 산업과 소비자에게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결론 내렸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두고 또 다른 경제학자는 '연쇄적 보호주의' 촉발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미국의 자유주의 싱크탱크 카토(Cato)의 경제학자 스콧 린시콤(Scott Lincicome)은 "(관세로 알루미늄 원가가 높아지자) 알루미늄 제품 제조 업체에서는 원가 상승 때문에 경쟁 해외 업체가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불만을 가졌다"며 "이에 알루미늄 시트의 경우 5~242%의 관세가 붙었다. 일종의 연쇄적 보호주의가 작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원료, 가공품에 이르는 생산 단계마다 연쇄적으로 관세가 부과되면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지고 최종 소비자에 전가되는 비용이 늘어난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모든 수입 철강, 알루미늄에 25% 관세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한국의 수출 전선도 한층 더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관세 압박하고 협상하는 트럼프, 철강 관세서도 반복되나

일부 전문가들은 관세 인상이 미국 물가 상승을 야기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다른 협상에 나설 여지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물가 관리 실패를 주장하며 유권자의 표심을 얻어 당선됐다.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큰 부담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한 뒤 시행 직전 유예를 선언했다. 이것으로 자신이 원하던 캐나다의 국경 통제, 마약 대책 강화를 얻어냈다.

이번 철강·알루미늄 관세도 선언은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입안 계획 등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의 전략이 반복되면 철강 외에 다른 분야에서 한국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1기 행정부에서는 철강 관세를 내세워 자동차 협상을 끌어낸 바 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내 아우성이 나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앞선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을 보면 관세로 먼저 압박을 한 뒤 다른 나라의 양보를 얻어내고자 기다리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철강 관세 같은 보편관세 이슈는) 쉽게 대응하기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결국 무역수지 불균형 개선이기 때문에 LNG 수입 등 미국을 설득할 만한 다른 대응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11일~12일 주요 무역국을 상대로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 발표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2017~2021년) 때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철강 25%, 알루미늄에는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다만 한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 대해선 추가 협상을 통해 일정한 할당량에 관세를 면제하는 쿼터제를 적용했다. 한국은 당시 25%의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량을 3년(2015~2017년) 평균의 70%로 제한하는 '절대 쿼터제'에 미국과 합의했고, 이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seungjun24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