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AI 도움으로 원격조종되는 로봇 중대 투입해 러시아군 참호 점령
우크라 민간 로봇기업이 개발…"탱크에 사격 가하고 시가전서 건물 폭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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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지상공격용 드론 |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로봇 대 인간'의 전투를 우크라이나군의 로봇부대 '하르티야 중대'가 러시아군 보병을 상대로 벌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신문은 맥심 터커 전 키이우 특파원의 하르키우발 르포기사를 통해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로봇 대 인간' 전투의 광경을 묘사했다.
포탑에 중기관총이 달린 조그만 로봇이 마을 폐허 사이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로부터 수백m 간격을 두고 다른 로봇이 함께 이동했고, 그 뒤도, 또 그 뒤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대의 로봇이 간격을 두고 러시아군 보병 위치에 다다른 후 교대로 사격을 개시했다.
로봇들은 인간 병사라면 피하지 못할 폭발도 재주 좋게 피하는 기술을 보여줬다.
그로부터 수 ㎞ 후방에서는 우크라이나 제13 '하르티야' 국가방위여단 소속 육지 로봇 중대 군인들이 조이스틱으로 로봇들을 조종하고 있었다.
조종에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지만 공격 방아쇠는 원격조종을 맡는 우크라이나군 군인이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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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무기 원격조종 |
부대 지휘관은 공중에 떠 있는 드론을 통해 이런 로봇 대 인간의 전투를 지켜봤다.
다만 전투 날짜는 기사에 공개되지 않았다.
더타임스는 이 전투에 대해 "전쟁의 미래를 보여주는 비전이며, 우크라이나는 이를 오늘날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휘관들이 전투에 로봇을 투입해 "군인의 생명을 지키고 러시아군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면서 고질적 병력 부족을 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로봇 중대의 운용을 책임지는 사람은 '수학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소위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하르티야 중대는 디지털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한 발트해 연안 국가의 군과 협력해 더 나은 운영체제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 중이다.
영국의 BAE시스템스와 독일의 라인메탈 등 세계 주요 군수업체들도 이 개발 작업에 관심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해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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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 지뢰 설치용 로봇 |
이런 전투로봇들을 만드는 업체는 키이우에 조그만 공장을 가진 로봇 기업 '레기트'다.
레기트의 수석 기술자인 볼로디미르 쿠슈니르는 더타임스에 "어떤 경우는 탱크나 대형 차량에 사격을 가하고, 어떤 경우는 도시 전투에서 건물을 파괴하는 데 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번에는 (전투로봇이) 폭발물을 설치해 러시아 군인이 30명 있던 건물을 파괴했다"고 전했다.
레기트가 개발해 양산하기를 원하는 모델은 다양하다.
포탑 부분과 바퀴가 달린 받침 부분은 분리된 모듈로 설계됐다. 받침 부분이 망가져도 그 자리에서 전투를 계속할 수 있고, 포탑 부분이 망가지면 받침 부분이 후방으로 돌아와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전투로봇의 원격조종에는 간섭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전파 주파수를 이용하지 않고 위성 인터넷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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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공격용 전투로봇 |
원격조종이 끊기더라도 계속 전투가 가능하도록 AI를 탑재할 수도 있다.
올렉산드르 카미신 전 우크라이나 전략산업부 장관은 더타임스에 우크라이나가 올해 말 이전에 로봇군(軍)을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중과 해양 무인 시스템뿐만 아니라 육상 시스템도 개발해왔으며, 작년에 철저한 테스트를 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하르티야 중대가 전투로봇으로 공격한 후에는 반드시 보병 부대의 진격이 뒤따라야 한다.
더타임스 기자는 "기관총 로봇 한 대가 사격을 계속해 러시아군이 고개를 계속 숙이고 있도록 하는 와중에 다른 로봇 한 대가 참호에 접근해 대전차 지뢰 2개를 참호 내에 떨어뜨린 후 폭발이 일어나기 전 후퇴했다"고 전투 광경을 전했다.
그 후 여단 소속 보병들이 진격했으며, 러시아 측 참호에 접근하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군 보병들은 이날 투입된 전투로봇 중 이동 불능이 된 2대는 수작업으로 회수해야 했다. 전투로봇의 양산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가격이 높은 데다가 이 무기가 혹시라도 러시아군의 손에 넘어가면 매우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날 전투 끝에 하르티야 여단은 러시아군 참호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 전사자가 약 30명 나왔다고 우크라이나군은 주장했다.
'수학자' 소위는 "금속과 기계가 수백 개의 총알을 쏘고 AI 덕택에 정밀도도 높다"며 "내가 만약 거기 있었다면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이 안 간다"고 말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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