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아베 첫 정상회담은
내부에서 ‘조공외교’로 평가
1억 달러 투자·LNG 수입 등
선물 보따리에 트럼프 화색
금장 골프채 선물한 아베처럼
이시바는 금빛 사무라이 투구
내부에서 ‘조공외교’로 평가
1억 달러 투자·LNG 수입 등
선물 보따리에 트럼프 화색
금장 골프채 선물한 아베처럼
이시바는 금빛 사무라이 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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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을 떠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오른쪽)와 그를 배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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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렸다. 회담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인상과 미·일 간 무역 불균형 해소 등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는 평가다.
특히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요구사항을 내놓지 않은데다, 양국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이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日 언론 “경제 내주고 안보 챙겨”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요리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이시바 총리는 미국에 1조 달러(약 1456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2023년 기준 일본의 대미 투자액이 8000억 달러(약 1165조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보다 25%를 늘린다는 얘기다.여기에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도 약속했다. 바이오에탄올과 암모니아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이시바 총리는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적자 규모는 685억달러(약 100조원)에 달한다.
방위비와 관련해서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것을 단계적으로 올려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에는 2%로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증액을 우회적으로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시바 총리는 “증액 요구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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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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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의 적극적인 선물 보따리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동맹을 확고히 뒷받침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선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평화와 안보 유지, 힘을 통한 평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밝혔다. 특히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와 한국, 필리핀 등 중첩된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 강화에도 동의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안보조약 제5조’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재확인해줬다. 이는 내심 일본이 가장 원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함께 협력할 것도 약속했다.
안보뿐 아니라 경제 부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두 나라 간 ‘뜨거운 감자’인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문제도 꺼냈다. 그는 회담에서 “(일본제철은) 미국 철강업에 매우 흥미로운 일을 실시할 것”이라며 “일본제철은 구입이 아닌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US스틸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고 일본 측과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지난달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중단됐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를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US스틸 경영진을 면담했던 그는 이번 주 일본제철 경영진을 만나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인수가 아닌 투자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일본제철의 US스틸의 출자 비율을 낮추거나 일부 사업에 대한 출자로 전환하는 등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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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마친 미일 주요 인사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 이시바 총리,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 [일본 총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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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철저히 벤치마킹한 이시바
무난하게 마무리된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놓고 이시바 총리가 고 아베 신조 총리의 정상회담을 철저히 참고한 것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아베 전 총리도 정확하게 8년 전인 2017년 2월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정상간 회동을 가졌다. 당시 그는 일본 언론들의 ‘조공외교’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향후 10년간 미국에 4500억달러(약 656조원)의 투자와 7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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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 전만 해도 일본이 미국 경제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벼르고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환율조작 문제와 무역 불균형, 주일미군 주둔비용 분담 증가 요구 등을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상회담 직후 아베 전 총리를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태워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골프 라운딩을 같이하는 등 친밀감을 이어갔다.
이시바 총리도 아베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거액의 대미 투자를 먼저 밝혀 트럼프를 기쁘게 했다. 또 정상회담 통역을 아베 전 총리의 영어 통역을 맡았던 다카오 스나오 외무성 일미지위협정실장에게 맡겼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베를 계속해서 상기시키게 하려는 목적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소위 ‘아부’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가며 그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시작된 정상회담서 이시바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를 통해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책을 언급하며 “자필로 평화(PEACE)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 부분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감동받았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신으로부터 선택되었다”고도 칭찬했다. 닛케이는 “이 발언은 회담 아침에 아이디어가 떠올라 급히 선택한 발언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이 어땠는지에 대한 질문에 “TV에서 보면 무섭고 매우 강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매우 진지하고 미국과 세계에 대한 강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를 듣는 트럼프 대통령은 입이 귀에 걸리게 미소를 지었다.
여기에 기자회견 때 유머를 섞여 행사 자체를 부드럽게 하기도 했다. 보복 관세에 관한 질문을 받은 이시바 총리가 “‘가정의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 국회의 스테디셀러 답변”이라고 답하자 행사장 안은 웃음이 번졌고 트럼프 대통령도 극찬으로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기자회견을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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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금빛 사무라이 투구 [닌교노하나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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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가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한 선물의 아이디어도 아베 전 총리의 힘을 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으로 반짝거리면서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에 착안해 금장 사무라이 투구 장식을 보낸 것이다.
높이 81cm, 폭 57cm, 깊이 48cm인 이 투구 장식은 실제로 머리에 쓸 수 있는 제품이다. 가격은 16만8000엔(약 160만원)이다. 트럼프를 처음 만난 아베 전 총리도 금장으로 된 혼마 골프채를 선물해 환심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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