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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AI 폰도 반도체도 빨간불, 삼성스럽지 않은 삼성의 자화상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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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기 기자]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인공지능(AI) 스마트폰에선 아직 선두주자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애플이 AI 지원 언어를 확대하면서 반격에 나섰고, 중국 기업들도 AI 스마트폰을 속속 출시하며 추격 중이다. 반도체에선 SK하이닉스가 턱밑까지 쫓아왔다. 요즘 각광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은 추월당한 지 오래다. 더스쿠프 IT언더라인 '삼성전자의 현재와 미래' 마지막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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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AI 스마트폰과 반도체가 고전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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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전포인트❶ AI 스마트폰=삼성전자가 지난 7일 새 스마트폰 '갤럭시S25' 판매를 시작했다. 이번 모델은 이전보다 한층 더 강화된 AI 성능을 탑재했는데, 특징은 역대 모델 중 최초로 '통합형 AI' 플랫폼 'One UI 7'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통합형 AI 플랫폼은 텍스트‧음성‧이미지 등 다양한 입력 방식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음성으로 질문하면 음성 답변과 함께 텍스트를 제공하고, 분석한 이미지를 텍스트로 설명하는 식이다. 아울러 이 플랫폼은 여러 앱‧기기 안에 있는 AI 기능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돕는다. 이런 방식으로 갤럭시S25는 사용자에게 일관된 AI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AI 성능도 한층 더 좋아졌다. 그중 눈여겨볼 건 '앱 통합 실행'이다. 사용자는 이 기능을 통해 여러 앱을 실행할 때 필요한 명령을 한번에 내릴 수 있다. 가령, 사용자가 "다음주 해외 축구 경기 일정을 달력에 넣어줘"라고 주문하면 AI는 해당 명령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앱들을 한꺼번에 실행해 알아서 처리한다.

이 덕분에 많은 전문가들이 "통‧번역과 검색에 특화해 있던 갤럭시S의 AI 성능이 한층 진화했다"고 호평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갤럭시S25 시리즈는 사용자의 일상 자체를 혁신할 것"이라면서 "한층 더 발전한 갤럭시 AI를 통해 가장 자연스럽고 개인화한 모바일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AI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힘을 쏟는 건 AI 스마트폰이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삼성전자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AI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올해 1억3500만대(이하 출고량 기준·전망치)에서 2028년 7억700만대로 5.2배 늘어날 예정이다. 이때쯤이면 AI 스마트폰이 10억5600만대에서 5억3100만대로 줄어든 논(Non)-AI 스마트폰 시장을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AI 스마트폰을 세계 최초로 론칭한 삼성전자로선 유효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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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경쟁사인 애플도 최근 AI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애플은 영어만 지원하던 자사 AI 플랫폼 '애플 인텔리전스'의 지원 언어를 4월까지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주요 지원 언어는 한국어‧프랑스어‧스페인어‧독일어‧이탈리아어‧포르투갈어‧일본어‧간체자 중국어 등이다. 애플 인텔리전스의 지원 언어가 늘어나면 아이폰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와 애플의 AI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셈이다.

중국 기업들도 AI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추격에 나서고 있다. 샤오미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샤오미 14T'는 실시간 통‧번역, 대화 요약 등의 AI 기능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59만9800원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보다 절반가량 저렴하다. 화웨이도 4월에 음성 비서와 이미지 보정 등 AI 기능을 탑재한 '퓨라70'을 선보였다.

아직까진 AI 품질에서 삼성전자의 상대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중국 브랜드를 무시할 순 없다. 샤오미만 해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4.0%로 삼성전자(19.0%)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2024년 기준). 중국이란 탄탄한 내수 시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인도에서도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토비 주 수석분석가는 지난 1월 22일 보고서에서 "중국 브랜드는 프리미엄 디자인과 견고한 내구성을 갖춘 저렴한 제품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생성형 AI, 새로운 운영체제(OS) 등의 혁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용자를 사로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 관전포인트❷ D램과 HBM=반도체 부문은 스마트폰보다 사정이 더 나쁘다. 현재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준 상태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5세대 HBM(HBM3E) 양산에 성공하면서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크게 벌렸다.

그 덕분에 SK하이닉스는 그해 4분기에 'HBM 큰손' 엔비디아에 독점 납품하는 데 성공한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입지가 위태로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D램 시장 점유율 41.1%로 SK하이닉스(34.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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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HBM 시장 점유율에선 2023년 기준 SK하이닉스가 53.0%를 차지해 삼성전자(38.0%)를 제친 지 오래다.[※참고: D램은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으로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HBM은 D램을 여러개 쌓아 올려 만든 메모리 반도체로, D램보다 더 높은 대역폭을 제공한다. HBM이 D램보다 더 각광 받는 이유다.]

문제는 고부가가치사업인 HBM의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8.0%에서 2025년 38.0%으로 2년 새 5배 가까이 커질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를 내주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한편에선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램 매출이 SK하이닉스에 따라잡힐 거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양사의 올 1분기 D램 매출 규모가 삼성전자는 10조~13조원대, SK하이닉스는 12조~12조원대로 비슷하다"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 역사상 처음으로 이번 1분기에 업계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코앞까지 닥쳐온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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