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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美 독점' 값싼 캐나다 원유, '트럼프 관세' 맞고 韓으로 흘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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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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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중국이 펜타닐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2월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5.01.22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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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유 수입 주요국 비중/그래픽=김현정


캐나다가 국내 정유사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캐나다와 관세 전쟁을 예고한 상황 속에서 값싼 '캐나다산 원유'가 아시아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도 도입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는 중이다.


◇미국과 캐나다 관세 전쟁…'오일'에 불똥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산 제품에 25%, 원유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후 캐나다 측이 펜타닐 단속 강화 등을 약속하자 관세 적용을 30일 유예키로 했다. 발등의 불은 꺼졌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언제든 고율의 관세를 캐나다 측에 부과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은 역시 원유다. EIA(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캐나다는 미국의 1위 원유 공급국이다. 미국 전체 원유 수입의 60%가 캐나다에서 비롯된다. 미국이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원유가 지난해 10월 기준 하루 460만 배럴에 달할 정도다. 캐나다는 글로벌 4위 원유 생산국으로, 생산량의 81%를 수출해왔다. 이 중 97%가 미국의 몫이었다. 이 막대한 양의 원유가 관세 전쟁의 대상이 된 것이다.


◇美 독점 '값싼 캐나다 원유'…아시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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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로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 레이드로 인근에서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확장 프로젝트의 마지막 파이프라인 구간이 조립되고 있다.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은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에서 브리티시 컬럼비아 해안까지 원유를 운반한다. 2024.02.1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레이드로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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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캐나다산 원유가 흘러갈 곳을 잃게 될 수 있다. 정유 업계는 캐나다가 지정학적으로 볼 때 미국 대신 아시아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글로벌 5위권의 석유 제품 수출국인 한국은 캐나다의 잠재 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캐나다산 원유는 최근 배럴당 60달러 내외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기에 국내 정유4사 입장에서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WTI(서부텍사스원유)나 두바이 원유 가격의 경우 최근 배럴당 70달러 윗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오일샌드 비중이 높고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캐나다산 원유의 약점이지만, 국내 정유사들의 경우 중질유 정제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평가다.

캐나다 역시 지난해 로키산맥을 횡단하는 TMX(트랜스 마운틴 송유관 프로젝트)를 확장(하루 30만 배럴→89만 배럴)하며 미국 외 지역으로 수출 여력을 강화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5월 TMX 완공 이후 캐나다의 해상 원유 수출량이 65% 증가했다"며 "아시아 기업들의 원가 수혜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동 두바이 원유와 품질이 유사한 캐나다산 원유의 아시아향 수출이 증가하면, 국내 정유사들의 도입원가가 절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4사 "좋은 기회…캐나다산 도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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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월간 기준으로 국내 원유 도입은 사우디아라비아(39.1%), 미국(15.3%), 이라크(11.7%), UAE(11.4%), 쿠웨이트(6.5%) 순이었다. 캐나다산 원유 수입은 아예 없었다. 연간으로 따져도 캐나다산 원유 수입은 전체의 0.13%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캐나다산 원유가 작년 연중 들어온 것도 아니고, 딱 두 달 동안만 소량 들어왔다"고 했다.

그동안 국내 정유 업계는 값싼 캐나다산 원유를 적극 도입할 수 없었다. 사실상 미국이 독점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정유사들이 캐나다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관세 전쟁으로 미국과 캐나다 사이 게임의 룰이 바뀐다면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일단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원유에 관세 조치를 내릴 지 여부부터 지켜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카드였는지, 아니면 진짜 관세를 부과할 예정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일 실적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을 통해 "기회에 따라 캐나다산 원유를 도입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영규 SK에너지 경영기획실장은 "캐나다산 원유의 프리미엄 변동에 따라 경제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향후 상황이 닿는대로 도입할 예정"이라며 "캐나다산 원유의 아시아 공급 증가가 이뤄진다면 조금 더 저렴한 원유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미국의 캐나다산 원유 관세는 국내 정유사에게 좋은 기회"라며 "미국에 공급되지 못한 캐나다산 중질유가 늘면, 이를 필요로 하는 국내 정유사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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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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