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두달] 계엄 軍수뇌부 조직적 증거인멸 의혹
이진우, 수행장교에 “들여다보라”
수행장교 “없애라고 느껴”… 실제 삭제
여인형, 계엄 다음날 간부 소집해… “체포 얘기는 안했으면 좋겠다” 지시
김용현은 포고령 작성 노트북 파기
● 수행장교, “李 지시로 블랙박스 삭제”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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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동아일보가 확인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6일 자신을 수행하는 장교 A 씨에게 계엄 당시 같이 탔던 카니발 차량의 블랙박스 기록을 들여다보라고 지시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A 씨를 불러 조사하면서 “이진우는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라고만 지시를 내렸나, 아니면 블랙박스를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지시를 했나?”라고 물었고, A 씨는 “저는 받아들이기에 (블랙박스를) 없애야 한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실제 A 씨는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과 다음 날 새벽 A 씨와 함께 이 차량을 타고 윤 대통령과 4차례 비화폰(보안 휴대전화)으로 통화했다.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윤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계엄 해제 후에도 윤 대통령은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했고, 이 전 사령관이 답하지 않자 “어? 어?”라며 다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은 스피커폰으로 통화하지 않았지만 밀폐된 공간이라 통화 내용이 차량 내부에서 고스란히 들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전 사령관이 블랙박스 삭제를 지시했다는 게 A 씨의 진술이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차량에서) A도 다 들었다는 생각에 (블랙박스에) 그 내용이 남아 있게 되면 나중에 엉뚱하게 오해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블랙박스에도 대통령 목소리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A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고, 블랙박스를 지우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 檢, “여인형 증거 인멸 지시” 진술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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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확보한 다수의 방첩사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4일 방첩사 간부들을 소집한 다음 정치인 체포조와 관련해 “체포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맹목적으로 그냥 나갔다고 해라. 목적 없이 나갔다고 해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 전 사령관은 방첩사 간부들에게 체포조 운용 관련 증거를 없애라는 지시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부들이 이 지시를 중간 간부들에게 하달하자 이들은 “못 없앤다”며 집단 반발했다고 한다. 이후 중간 간부들이 증거를 보존해 지난해 12월 검찰이 방첩사 압수수색을 할 때 다수의 물증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엔 여 전 사령관이 체포를 지시한 14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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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장관도 검찰 조사에서 “포고령 1호를 작성한 노트북을 없애라고 (측근에게) 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측근 양모 씨는 “김 전 장관이 시켜 망치로 노트북을 부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계엄군 수뇌부가 증거인멸을 조직적으로 한 것인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윤 대통령 등의 공소 유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군 수뇌부의 내란 혐의를 입증할 진술과 물증을 다수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인은 “군 수뇌부가 증거인멸 행위를 하면서 오히려 내란 혐의만 더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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