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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는 펫"의 김하늘 장근석(왼쪽)과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의 한예슬 송중기 커플. 실제 나이론 김하늘과 장근석이 9살 차, 한예슬과 송중기가 4살 차지만 영화 속에선 동갑내기 친구 같은 연상연하 커플로 나온다. |
화려한 패션잡지 팀장인 지은(김하늘). 학벌 좋고 좋은 집에 살 만큼 잘나가지만 고민은 솔로라는 것이다. 그에게 동생 친구인 인호(장근석)가 나타난다. 발레리노 유망주 출신으로 예쁘장하게 생긴 연하남이 애완인간(?)이 돼 자신의 기분을 맞춰준다. 지은은 볶음밥이나 해주고 재워주기만 하면 된다. 영화 '너는 펫'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 대세다. 지난 10일 선보인 로맨틱 코미디 '티끌 모아 로맨스'와 '너는 펫'은 이미 60만 관객과 만났다. 17일 개봉한 '사물의 비밀'과 '완벽한 파트너', 다음달 개봉하는 '오싹한 연애'까지 연상녀와 연하남 커플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여자 나이가 가장 많은 건 '완벽한 파트너'의 김혜선(42)이다. 상대 역인 김산호(30)와 12살 차이다. 나이차만 따지면 '사물의 비밀' 장서희(1972년생)가 정석원(1985년생)과 13살 차이로 더 많다.
하지만 가장 흔한 조합은 30대 여배우와 20대 남자배우 커플이다. '티끌모아 로맨스' 한예슬(81년생)과 송중기(85년생), '너는 펫' 김하늘(78년생)과 장근석(87년생), '오싹한 연애' 손예진(82년생)과 이민기(85년생)가 모두 그렇다.
이는 우선 배우 수급 상황 탓이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김하늘, 손예진 등 흥행력 있는 여배우가 대거 30대에 접어든 반면 이들 뒤를 잇는 20대 여배우는 아직 많지 않다"며 "(현빈ㆍ정지훈 등) 상대역이 돼줄 30대 초반 남자배우는 다 군대에 가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관객 층이 확대된 것도 고려했다. 2000년대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영화를 즐겨온 여성 관객은 30대에 접어들었다. 20대 중후반 남자배우를 기용하면 주 소비층인 10~20대 여성 외에 30대 초반 관객에게도 어필한다.
특히 학벌과 경제력을 갖춘 30대 독신 커리어우먼인 골드미스가 타깃이다. 이들의 이상형은 더 이상 모든 걸 책임져 주는 '백마 탄 왕자'가 아니다. 심 평론가는 "여자가 경제력을 갖추면서 항상 곁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귀여운 남자를 바라게 됐다"고 풀이했다.
영화 속에서 경제력도 되레 여자가 낫다. 여자는 '당찬녀'이고 남자는 '찌질남'이다. '티끌모아 로맨스'에서 홍실(한예슬)은 셋방에서 쫓겨난 청년 백수 지웅(송중기)을 재워주는 대신 두 달간 머슴처럼 다룬다. '너는 펫'에서 지은(김하늘)은 아예 인호(장근석)의 주인이다.
성격도 남녀가 뒤바뀌어 있다. '오싹한 연애'에서 귀신을 보는 여리(손예진)는 남자보다 더 깡이 있다. 반면 조구(이민기)는 마술사지만 소심하고 여리다. 안영진 PD는 "귀신 보는 여자의 연애라는 내용으로 여주인공을 손예진으로 캐스팅한 상태에서 소년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민기를 상대역으로 골랐다"고 전했다.
연상녀에겐 나이가 가장 큰 고민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남녀 간의 다양한 차이를 사랑으로 토닥거리는 게 멜로영화 법칙"이라며 "과거 갈등의 단골 소재였던 경제력이나 성격 차이는 비현실적이 된 상태에서 나이차가 가장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속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 동갑내기처럼 그려지는 건 그런 고민을 풀어주는 장치다. '티끌 모아 로맨스'에서 홍실과 지웅의 나이 차이는 실제(4살)보다 적은 1살로 나온다. '오싹한 연애'에서는 실제론 3살 차인 손예진 이민기가 동갑으로 설정돼 있다.
그렇다고 연애 주도권까지 여자에게 넘어간 건 아니다. '오싹한 연애'에서 주인공 여리의 시나리오작가 친구는 남자가 이끌도록 내버려두라고 충고한다. 돈 없고 못났어도 연애는 남자가 리드한다는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 공식은 그대로인 셈이다.
[박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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