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제공 |
지난달 한국 수출이 10% 넘게 감소하며 ‘플러스 행진’을 멈췄다. 덩달아 무역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촉발한 글로벌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수출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는 형국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수출은 491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3% 감소했다. 한국 수출은 2023년 10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된 뒤 15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왔으나, 새해 첫달부터 제동이 걸렸다.
전체적인 수출 감소세 속에서도 반도체는 101억달러로 9개월 연속 100억달러 이상을 달성하며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지만, 자동차는 5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9.6% 줄었다. 전체 수출 현황을 지역별로 보면 주요 시장인 미국(-9.4%)과 중국(-14.1%)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1월 수입은 510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6.4% 감소했으며 무역수지는 18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2023년 6월 이후 19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해온 무역수지는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1월 수출 둔화는 이른 설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때문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2월에 조업일수가 회복된다 해도 수출 실적이 다시 플러스 흐름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멕시코,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현지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 기업들의 미국 수출액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추가 관세를 부과받은 중국의 미국 수출 둔화로 중간재 수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철강, 의약품 등에도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도 밝히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직간접적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현실화된 가운데 중국이 밀어내기식 저가물량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출 기업들엔 비상등이 켜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시간이 지나면 한국에도 직접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며 “정부의 협상력이 중요한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협상 주체가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이달 중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담은 ‘범정부 비상수출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미국의 정책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업계와 함께 대응 방안을 점검해 우리 수출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