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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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총 7만5003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년 대비 8.4% 증가한 수치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22만9532대가 팔렸는데, 이 중 미국 시장의 판매 비중은 32.7%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가성비 높은 볼륨모델(대량 생산·판매 차량)을 만드는 자동차 회사라는 이미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요타의 렉서스 등과 경쟁하겠다는 목적에서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선보였다.
‘고급차의 격전지’로 불리는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량이 빠르게 늘었다. 2020년 미국 판매대수는 1만6384대에 그쳤지만, 이듬해에는 세 배가 넘는 4만9621대가 팔렸다. 이후 지난해까지 미국 판매 실적은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23년 기준 32만대가 넘게 팔린 렉서스와 비교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완성차 업계에서는 제네시스가 꾸준한 성장 흐름을 유지하며 미국 시장에 순조롭게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현재 제네시스는 미국 판매 차량을 대부분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미국 판매 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현지에서 생산하는 GV70 전기차의 지난해 판매대수는 전체 판매량의 4%에도 못 미치는 2976대에 불과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지원과 혜택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터라, GV70 전기차의 판매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를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제네시스의 최대 경쟁 브랜드인 렉서스는 2015년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주요 모델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제네시스가 고율 관세 부과 대상이 되면 렉서스와의 경쟁이 불리해진다.
지난 달 18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한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가 워싱턴DC행 공군기에 탑승하기 전 공군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옆에 제네시스의 대형 SUV인 GV80이 주차돼 있다. /미국의소리(VOA) 유튜브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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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는 국내 고용이 줄고, 성과급 등에서도 불이익이 크다는 점을 들어 인기 차종의 해외 생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제네시스 일부 차종의 미국 현지 생산을 검토했지만, 노조의 반발을 우려해 뜻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네시스는 최근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다는 약점도 갖고 있다. 지난 2021년 제네시스는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 대신 2025년부터 100% 전기차와 수소차만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3년 만인 지난해 이 계획을 수정해 2027년부터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이 수 년째 계속되고 있어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의 일부 모델이라도 조속히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도록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며 “올해부터 관세 부과 대상이 돼 미국에서 성장세가 꺾일 경우 제네시스는 자칫 국내에서만 통하는 고급 브랜드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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