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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피하자”… 설 직후 美 가는 물동량 급증

조선비즈 양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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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피하자”… 설 직후 美 가는 물동량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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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직후 미국으로 향하는 선복량(적재용량)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화 수요 증가로 물동량이 많이 늘었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보다도 많다. 업계에서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 관세 시행을 앞두고 이를 피하기 위해 쏟아지는 화물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덴마크 해운 분석 업체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26일까지 3주간 아시아(Far East)에서 북미 서안(NAWC·North America West Coast)으로 향하는 선복량은 133만6203TEU(1TEU는 20ft 컨테이너 1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3%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물동량이 늘었던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2.1% 많고 2016~2019년 같은 기간 평균(99만6107TEU)과 비교하면 34.1% 많다.

HMM의 컨테이너선이 출항하고 있다. /HMM 제공

HMM의 컨테이너선이 출항하고 있다. /HMM 제공



이 기간 계선율(전체 컨테이너선 가운데 항만에 정박해 두거나 운항하지 않는 선박의 비율)은 9%로, 2015년 이후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설 연휴 직후 4주간 계선율은 22.8%였으며, 2021년 같은 기간에는 10.7%였다. 2016~2019년 설 연휴 직후 4주간 평균 계선율은 18.3%였다.

해운업계에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장벽이 실현되기 전에 미국에 미리 물건을 가져다 놓으려는 수요가 선복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1월 미국의 해운화물 처리 실적은 873만톤(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했다. 이를 시작으로 첫 6개월인 2017년 1월~6월에는 575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왔다. 중국은 다음 달 1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는 화물이 세관을 통과할 때 적용되기 때문에 미리 미국에 물건을 갖다 놓으면 관세를 피할 수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인 비수기에 유럽 노선 운임과 비교해 미국향 노선의 운임이 높게 유지되는 것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늘어난 물동량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 수출 컨테이너 운송시장 15개 항로의 스폿 운임(spot·현재 시황에 따른 가격)을 반영한 운임지수인 SCFI(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는 지난 17일 2130.81을 기록했다. 유럽 노선 운임은 1TEU당 2279달러로 고점이던 지난해 7월 5051달러 대비 121.6% 떨어졌으나 미주 서안·미주 동안 노선은 1FEU(1FEU=40ft 컨테이너 1개)당 각각 4232달러와 5960달러로 같은 기간 47.8%, 39.7%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해운 동맹의 지각 변동으로 선대가 재배치되면서 미국으로 가는 선복량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씨인텔리전스는 “올해는 과거 몇 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수요 증가 요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매우 급격한 선복량 증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통상 해운업체는 물동량을 예측해 선대를 편성하는데, 새로운 해운 동맹 체제의 시행으로 물동량과 무관하게 선복량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해운사들은 2월부터 시행되는 새 해운 동맹에 따라 선대 재편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양범수 기자(tigerwat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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