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수갑 착용
MB는 고령 이유로 수갑 없이 서류 들어
머리 손질까지 받는 尹, 특혜 시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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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1월 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노태우 전 대통령, 1995년 12월 3일 경남 합천군에서 압송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 2017년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2017년 11월 12일 바레인 방문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출국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심판정으로 들어가는 윤석열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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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탄핵심판을 받으려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방청객 시선은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내란 수괴로 지목돼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된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옷차림뿐 아니라 헤어스타일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2 대 8 가르마'는 전문가 손길이 닿은 것처럼 잘 정돈돼 있었다. 구속되지 않았을 때 윤 대통령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반 구속 피의자에게 관찰되는 수의·포승줄·수갑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직 대통령 신분을 고려해 교정당국이 특별 대우를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수용자 인권을 배려하는 시대 흐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올해 윤 대통령까지 30년간 영어(囹圄)의 몸이 된 전현직 대통령의 법정 출두 모습을 비교하면 수용자 처우를 둘러싼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무후무 '수의 입은 대통령' 전두환·노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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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8월 26일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울형사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해 나란히 손을 잡고 서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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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16일 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구속됐다.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과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신분임을 감안해 대검 중수부 조사실에서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노 전 대통령에게 수갑을 채우거나 포승줄로 몸을 묶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과 육사 11기 동기인 전두환 전 대통령도 같은 해 12월 3일 군사반란 및 내란 수괴 등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검찰과 대치하며 경남 합천 집에 머물다가 경기도 안양교도소로 압송됐다. 검찰은 집 밖으로 나온 전 전 대통령에게 수갑이나 포승줄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에 넘겨진 두 사람은 1996년 2월 26일 서울형사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2·12 및 5·18 사건 1심 첫 재판에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나타났다. 헌정사상 첫 전직 대통령 재판이었다. 두 사람의 왼쪽 가슴에는 '1042'(노태우), '3124'(전두환) 수용번호가 선명하게 보였다.
박근혜 스스로 머리 올려, 옷깃엔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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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첫 재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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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국정 농단' 사태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23일 1심 첫 재판에 수의 대신 파란색 정장을 입고 나왔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미결수용자(법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로 구금된 피의자나 형사 피고인)는 수사와 재판, 국정감사 또는 법률로 정하는 조사에 참석할 때 사복을 착용할 수 있다.
15인승 호송차엔 교정 인력을 제외하곤 박 전 대통령 혼자만 탔다. 전직 대통령의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한 조처였다. 그러나 호송차에서 내린 그의 손목엔 수갑이 채워졌고, 옷깃엔 수용번호 ‘503’이 붙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재판에선 다른 색깔 정장을 입고 출석했다. 서울구치소 측은 "법무부 훈령에 따라 미결수용자는 사복 한 벌만 소지할 수 있으나, 변호인이나 지인에게서 옷을 받을 경우 현재 있는 옷과 교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장 입은 이명박, 고령 이유 수갑 안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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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8년 5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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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8년 5월 23일 첫 재판에 사복을 입고 나타났다. 넥타이 없이 검은색 양복 차림이었다. 손에는 자신의 입장문이 담긴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의 왼쪽 옷깃엔 수용번호 '716' 배지가 달렸지만, 1년 전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수갑은 착용하지 않았다.
머리 출장 서비스 받은 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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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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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구속된 윤 대통령은 법정에 선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말끔한 모습으로 헌재 대심판정에 출석했다. 같은 달 21일과 23일 탄핵심판 3·4차 변론기일에도 같은 정장을 입고 나왔다. 옷은 다림질한 듯 구김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옷 어디에서도 수용번호 '10'은 찾을 수 없었다. 잘 빗긴 머리카락은 볼륨도 살아 있었다. 수갑과 포승줄도 없었다. 외양만 보면 12·3 불법계엄 선포 전 모습 그대로였다.
윤 대통령의 깔끔한 외양은 박 전 대통령과 비교됐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생활 동안 특유의 올림머리를 유지하지 못했다. 구치소 안엔 드라이어가 없고 머리에 바르는 젤이나 왁스도 구매·반입할 수 없다. 전담 미용사 손질을 받지 못하다 보니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갈 땐 약식으로 구치소에서 구입한 검은색 집게핀 등으로 스스로 머리를 틀어올렸다. 이 탓에 법정에 나온 그의 머리는 현직 때보다 부스스했다.
윤 대통령 머리와 옷차림을 두고는 특혜 시비도 일었다. 법무부는 "대통령으로서의 의전과 예우, 헌법 재판의 중요성 및 관심도를 고려해달라는 대통령실 요청에 따라 교도관 입회하에 간단한 모발 정리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헌재에 도착하면 건물 내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외부인으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은 뒤 법정에 들어갔다.
대통령 신분 고려… "예우" VS "특혜"
법조계 안팎에선 "최고 권력자인 현직 대통령까지 구속돼 수사·재판을 받는다는 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성숙해졌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특수한 신분과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외부인에게 머리 손질까지 받는 건 선을 넘었다는 시각도 있다.
금용명 전 안동교도소장은 "미결수용자의 인권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며 "다만 윤 대통령 '머리 손질 출장 서비스'는 인간의 존엄이나 행복추구권과는 거리가 멀고 구치소에서 보장할 수 있는 기본권 범위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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