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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땅 속으로 줄줄 샌 제주 수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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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예산 2383억 투입 불구
상수도 유수율 54.2%에 그쳐
도, 중장기 대책 새롭게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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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도심 전경. 김영헌 기자.


제주도가 8년간 2,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상수도 유수율 개선 사업을 추진했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2023년말 기준 제주지역 상수도 유수율은 54.2%로 파악됐다. 이는 전국 평균 유수율인 86.2%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등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유수율은 정수장에서 생산한 상수도가 누수량과 공공용수를 제외하고 가정까지 도달하는 양을 백분율로 환산한 수치다. 유수율이 낮다는 말은 땅 속으로 새어나가는 누수량이 많다는 의미다.

도는 앞서 지난 2016년 3월 수립한 '유수율 종합대책'에서는 2025년까지 3,934억 원을 들여 45.7%에 그쳤던 유수율을 85%까지 개선할 계획이다. 하지만 2016년 46%였던 유수율은 2023년 54.2%로, 8.5%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도는 이 기간에 전체 예산의 60.5%에 이르는 2,383억 원을 투입했다. 도의 당초 계획대로면 올해 유수율은 약 40%포인트 상승한 85%에 이르러야 하지만, 실제 유수율 상승 폭은 목표에 턱 없이 부족했다.

도는 지방재정의 한계로 예산을 제때 투입하지 못해 유수율 향상 효과가 미미했다고 자체 진단했다. 또 제주 전역의 상수도 관로만 6,700㎞에 달해 대도시 지역에 비해 관로가 너무 길어 유수율 개선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도는 유수율 85% 달성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도는 2023년 8월 ㈔대한상하수도학회에 의뢰해 '효율적인 유수율 향상 방안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도는 2035년까지 1조3,612억 원을 투입, 유수율을 8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유수율 개선 계획을 새롭게 마련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유수율 개선에 9,469억 원, 유수율 관리에 4,143억원을 편성했다. 배수관 1,499km, 급수관 278㎞의 노후관을 교체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도는 또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차등화된 목표 유수율을 설정할 방침이다. 2023년 유수율을 지역별로 분류하면 제주시 동지역 동부 52.6%, 서부 74.2%, 서귀포시 동지역 66.6%, 한림·한경 50.4%, 대정·안덕 53.4%, 조천 44.0%, 남원·표선 36.3%, 구좌·성산 34.4%, 애월 46.2% 등이다. 동지역 유수율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읍면지역은 열악한 현실을 반영해 목표 유수율은 동지역 85~95%, 읍면지역 70~90%로 적용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중장기 계획 이행에 필요한 1조3,612억 원의 재원 마련을 위해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이번 목표 유수율이 달성되면 연간 약 640억 원의 상수도 생산원가 절감과 1만1,500톤의 탄소배출량이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