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워싱턴디시(D.C.) 미국 국회의사당 로턴다에서 열린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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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는 4년 전 자신의 사주를 받은 지지자들이 남부 연합기를 들고 행진했던 워싱턴 연방의사당 중앙홀(로턴다)에서 시작됐다. 자신에게 당시 사건과 관련해 광범위한 면책권을 부여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한 트럼프 대통령은 29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바로 뒤에 앉은 바이든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20일 정오(현지시각·한국시각 21일 오전 2시)께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는 ‘통합적인 메시지를 담겠다’는 공언과 달리 전 정권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 정부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수년 동안 급진적이고 부패한 기득권층은 시민들로부터 권력과 부를 착취해 왔고, 우리 사회의 근본은 무너져 내렸으며 완전히 붕괴됐다”며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워싱턴디시(D.C.) 미국 국회의사당 로턴다에서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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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국내의 단순한 위기조차 관리하지 못하면서도, 동시에 해외에서 지속적인 재앙적 사건들에 휘말리는 정부를 갖고 있다”며 “이 정부는 훌륭하고 법을 준수하는 미국 시민들을 보호하지 못하면서, 전 세계에서 불법적으로 입국한 위험한 범죄자들에게는 은신처와 보호를 제공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이든 전 대통령과 해리스 전 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트럼프를 응시했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이 근처에 앉아 예의 바른 미소를 짓는 동안 트럼프는 이민에서 외교에 이르기까지 바이든의 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다”고 지적했다.
취임사 중간중간 여러차례 기립박수가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바로 뒤에 자리한 바이든 전 대통령 부부·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오바마·부시 전 대통령은 꿈쩍하지 않았다. “중동에 억류되어 있던 인질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기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을 때만 이들도 기립박수를 쳤다. 트럼프는 인질석방과 관련해 바이든의 공로도 언급하지 않았다.
취임식이 열린 20일은 민권 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기념하는 미국의 연방 공휴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점을 활용해 “2025년 1월 20일은 (자신의 당선으로 인한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말하자 바이든 전 대통령은 가볍게 비웃기도 했다. 멕시코만 이름을 ‘걸프 오브 아메리카’로 바꾸겠다고 했을 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웃음을 터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히 일론 머스크를 간접 언급했다. 그는 “우리의 명백한 사명(manifest destiny)을 별들로까지 확장해 미국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보내 성조기를 꽂겠다”고 말했다.
‘명백한 사명’은 19세기 미국에서 등장한 용어로 서부로의 영토 확장은 미국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뜻이다. 최근엔 미국의 확장주의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쓰인다. 트럼프가 아직 먼 미래의 목표인 ‘화성’을 콕 짚어 취임사에서 언급한 것은 일론 머스크와 그의 회사 스페이스 엑스를 위한 립서비스로 보인다. 머스크는 엄지를 들어 화답했다.
이날 취임식에선 머스크,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등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이 내각 장관 지명자들보다 앞자리에 앉아 눈길을 끌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인스타그램에 “언제나 ‘지금’이 옳은 일을 하기에 적기다(The time is always right to do what is right)”라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인용문을 올렸다.
실내 취임식이 열린 로턴다에는 600석 정도의 자리가 마련됐다. 의사당 내 노예해방홀(Emancipation Hall)에 1800석 정도의 자리가 별도로 준비됐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의사당에서 1.3㎞ 정도 떨어진 실내 경기장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생중계로 취임식 장면을 지켜봤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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