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팀이 탄 차량이 20일 윤 대통령이 수용돼 있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성동훈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0일 윤석열 대통령을 강제구인(강제인치)해 조사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방문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 당일을 제외하고는 공수처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공수처에 윤 대통령 사건 송부 시기를 협의하자고 요청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3시쯤 윤 대통령을 구인해 조사하기 위해 검사 및 수사관 총 6명이 서울구치소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공수처 수사팀 차량이 들어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9시 현재까지 서울구치소에서 윤 대통령 구인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에게) 체포 이후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고 불응했다”며 “현 상황에서는 강제구인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전날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데 이어 이날 오전 10시에 공수처로 나와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에도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가 강제구인을 시도하면서 윤 대통령 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법과 판례에 따른 절차”라고 밝혔다. 201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들이 국가정보원 조사를 거부하자 검사가 구치소장에게 피의자들을 국정원에 인치해 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고, 교도관들이 피의자들을 국정원 조사실로 강제로 데려갔다. 피의자들이 이런 조치에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구속영장 발부로 적법하게 구금된 피의자가 피의자 신문을 위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기관 조사실에 출석을 거부한다면 수사기관은 그 구속영장의 효력에 의해 피의자를 조사실로 구인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소환에 불응할 경우 구인 집행을 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기는 하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구인 집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지는 따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조사실로 데려오더라도 조사에 협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체포 당일 진행된 처음이자 유일한 공수처 조사에서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고, 조서 열람과 날인도 거부했다. 이 경우 해당 조서는 법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전날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공수처에는 더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날 공수처에 윤 대통령 사건을 언제 넘길지를 협의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앞서 검찰과 공수처는 형사소송법상 최대 20일인 피의자 구속기간(체포기간 포함)을 절반가량씩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공수처는 최대한 오래 윤 대통령을 수사한 뒤 검찰로 넘기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반면 검찰은 기소 준비까지 하려면 가능한 한 빨리 사건을 넘겨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은 있으나 기소권은 없어 유일하게 기소권이 있는 검찰이 윤 대통령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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