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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안건 중 △집중투표제 도입△이사 수 19명 이하 제한 등 2가지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둘 모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과 MBK·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최 회장측에 유리한 결정이다. 이 같은 국민연금 결정이 임시주총 표결 당일 최 회장측의 '우군'은 물론 캐스팅보터 격인 외국계 기관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건이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17일 제1차 위원회를 개최해 고려아연 임시주총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심의 결과, 국민연금은 안건 중 제1-1호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정관 변경의 건과 제1-2호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신규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서는 최 회장측 후보 3명과 MBK·영풍측 3명에게 의결권을 행사하며 균형을 맞추기로 했다.
이날 국민연금이 찬성한 △집중투표제 도입△이사 수 19명 이하 제한 등 두 가지 안건은 임시주총에서 최 회장측과 MBK·영풍 간 희비를 가를 핵심 승부처로 통했다. 두 안건이 모두 통과되는게 최 회장측엔 유리하고 둘 모두 부결되는게 MBK·영풍으로선 최선의 시나리오다.
최 회장측 입장에선 두 안건 가운데 경영권 방어에 가장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안건은 이사 수 상한을 19으로 설정하는 건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가 최 회장측 11명(임시주총일에 사임하는 1명을 미리 반영한 인원)과 MBK·영풍측 1명 등 총 12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임시주총을 통해 신규선임할 수 있는 이사의 수는 7명으로 한정된다. MBK·영풍측이 이 7명을 모두 가져간다 해도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게 된다. 이 안건만 통과돼도 최 회장측은 일단 임시주총에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의 건은 이사 수 상한 설정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안전판이자 임시주총 이후 정기주총도 대비한 경영권 방어 포석이다. 집중투표제는 1주당 신규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투표권을 주고 양측의 후보가 몇 명이든 한 번의 투표를 통해 다득표 순으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소수 주주라도 선호하는 일부 후보에 표를 몰아줘 선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현재 지분율이 MBK·영풍보다 7%포인트 가량 뒤처진 최 회장측이 MBK·영풍측 이사회 진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다. 이번 임시주총에 양측이 신규 이사후보로 올린 인원은 MBK·영풍 14명, 최 회장측 7명으로 총 21명이다.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부결되면 이 가운데 최대 14명을 신규 선임하게 된다. 이 경우 최 회장측이 집중투표제를 통해 신규로 2명 이상의 이사를 추가하면 기존 11명 이사진을 더해 이사회 과반을 지키게 된다.
하지만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 모두 현재로선 임시주총에서 통과 여부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 우선 집중투표제 도입 표결의 경우,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주주별로 최대 3%의 지분율 까지만 표결에 사용할 수 있는 '3% 룰'이 적용된다. 특수관계인 다수가 지분을 쪼개서 들고 있는 최 회장측이 유리하다. 하지만,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입 반대)와 글래스루이스(도입 찬성)의 의견이 엇갈린 만큼 현재 8%(국민연금 지분율 제외)의 소액주주 지분 대부분을 나눠 들고있는 외국계 기관이 어떤 표를 던질지 미지수다. 통상 외국계 기관의 표심은 ISS나 글래스루이스의 권고를 따른다.
이사 수 상한 설정 표결의 경우엔 ISS와 글래스루이스 모두 찬성 입장이어서 외국계 기관의 지지를 받긴 수월해 보인다. 하지만 이 표결엔 '3% 룰'이 적용되지 않아 고려아연 지분 약 41%를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 MBK·영풍측 의도가 관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은 정관 변경 안건이어서 통과를 위해선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처럼 두 건 모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이날 국민연금의 선택이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었다. 지난해 3분기 7.49%였던 국민연금 지분율은 현재 4.5%로 줄었지만 여전히 작지 않은 비중인데다 기업은 물론 금융권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번 임시주총 참여 주주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날 국민연금이 두 안건 모두에 찬성하기로 결정하며 최 회장측이 임시주총에서 다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게 재계 시각이다.
이날 국민연금의 결정에 대해 고려아연은 "이번 임시주총에서뿐 아니라 앞으로도 소수주주 권한 강화 등 주주가치 제고와 이사회 독립성과 다양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MBK·영풍은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 의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일반 주주들의 설득에 더욱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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