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선 15일 관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통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아 15일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은 관저에서 수사관들에게 붙들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압송되는 순간까지 “공수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소환조사를 거부하고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는 ‘총기를 사용해서라도 막으라’고 지시했던 그가 체포 직전까지도 ‘자의적 법 해석’의 뒤에 숨어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영상 담화에서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573자(제목 제외) 분량의 영상 담화는 체포 전 관저에서 촬영됐다. 대통령실과 변호인단은 이날 윤 대통령이 체포되고 12분이 지난 오전 10시45분에 영상을 공개했다.
공수처와 경찰이 꾸린 공조수사본부의 체포영장 집행으로 ‘압송’되는 상황인데도 이를 ‘(자진) 출석’이라 표현한 그는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적반하장식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공수처의 출석 통보에 세차례 불응해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지난달 7일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과도 어긋난다.
‘유체이탈’식 발언도 이어졌다. 앞서 경호처 직원들에게 ‘무력 사용’까지 거론하며 ‘위법 수성전’을 강요했던 그가 이날은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한 것이다.
오후엔 윤 대통령이 손글씨로 썼다는 ‘국민께 드리는 글’도 변호인단을 통해 공개됐다. 글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은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였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선 “자유민주주의를 경시하는 사람들이 권력의 칼자루를 쥐면 어떤 짓을 하는지, 우리나라가 지금 심각한 망국의 위기 상황이라는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씁쓸한 확신이 들게 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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