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사망자수 추이/그래픽=김다나 |
올해부터 자연장의 일종으로 산분장이 합법화된다. 우리나라 장례문화는 매장에서 봉안으로 일정부분 간소화됐지만 빠른 고령화 등으로 봉안장 역시 포화상태가 되면서 추가 시설 확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자연장 중에서도 기존 수목장 등은 유골을 안치하는데 장소와 비용이 필요한 데 반해 산분장은 유골을 특정 지역에 뿌리면 된다.
14일 보건복지부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에서는 '육지의 해안선에서 5km(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해양과 산분을 할 수 있는 장소나 시설을 마련한 장사시설'에서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뿌려 장사를 지내는 산분장을 허용한다. 육지에서 '산분할 수 있는 장소'는 지목(地目)이 묘지로 등록된 곳을 말한다. 가족묘·선산은 가능하지만 일반 임야는 개인 소유라도 안 된다. 개정안은 오는 24일 시행된다.
그동안 우리나라 장례는 매장에서 화장으로 빠르게 변화해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매장이 주도적이었지만 2005년 화장률이 52.6%로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선 뒤 2021년에는 90%를 돌파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화장률은 93.9%에 이른다. 전국 국토에서 차지하는 묘지 점유율이 갈수록 넓어지고, 성묘 등 후대에게 부담을 주면 안된다고 사회적 인식이 변한 덕분이다.
봉안시설 현황/그래픽=김다나 |
서울특별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시립 봉안당(총 8만3799기)는 2022년 4월에 만장돼 일반 시민의 추가 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9월 기준 부산추모공원의 봉안당 잔여 기수가 400여기에 불과해 증축사업에 착공한 상태다. 부산시는 장사시설 포화 해결을 위해 2021년부터 봉안당 1개 층을 증축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연기돼 왔다. 부산시는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추진 등을 약속하고 주민들과 협상을 완료했다. 광주시도 영락공원 봉안당이 내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공설 봉안시설이 없는 지자체도 154개 시·군 중 58개 시·군으로 3분의 1을 웃돈다. 대부분 공설 봉안시설은 지역내 시민만 이용할 수 있어 공설이 없는 지역민은 가격이 배로 비싼 사설을 이용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서상 화장을 하더라도 봉안장, 수목장 등 특정한 장소를 기리는 것을 선호했다"며 "산분장은 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장사 방식이라 국민들의 선호도가 낮았는데 최근 몇년간 긍정적인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법제화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공설·사설 장사시설에 산분장을 치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자연장을 홍보하는 캠페인도 이어갈 예정이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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