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새 총리로 지명된 나와프 살람 국제사법재판소(ICJ) 소장(가운데). AP연합뉴스 |
나와프 살람 국제사법재판소(ICJ) 소장이 레바논의 새 총리로 지명됐다. 미국의 물밑 지원을 받아온 인사가 최근 대통령직에 오른 데 이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협력해온 현 총리가 실각하며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헤즈볼라의 입지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조제프 아운 레바논 신임 대통령이 주재한 의회 회의에서 살람 소장은 재적 의원 128명 중 68명의 지지를 얻었다. 의회 내 기독교와 드루즈파, 무슬림 수니파 등 헤즈볼라가 무기고를 포기할 것을 요구해온 세력이 지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표결 이후 아운 대통령은 살람 소장을 차기 총리로 지명하고 그에게 내각 구성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헤즈볼라의 지지를 받아온 나지브 미카티 현 총리는 실각했다.
새 총리로 지명된 살람 소장은 2007년부터 10여년간 주유엔 레바논 대사를 지냈고, 2018년부터 ICJ 판사로 활동했다. 지난해 2월 ICJ 소장에 올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제기한 가자지구 집단학살(제노사이드) 사건을 다뤘다. 그의 삼촌인 사에브 살람과 사촌 탐맘 살람이 레바논 총리를 지냈다. 해외 체류 중인 살람 소장은 14일 귀국한다.
지난 9일 2년 넘게 공석이었던 대통령직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물밑 지지를 보내온 레바논 육군 참모총장 출신 아운이 차지한 데 이어, 미카티 총리까지 실각하며 레바논 정치권 내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9월부터 두 달여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고강도 공격으로 수뇌부가 연이어 사망하는 등 조직이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여기에 지난달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축출되며 레바논에서 이란의 영향력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로이터통신은 최근의 대통령, 총리 선출 결과를 두고 “수년 전 이란과 헤즈볼라에 밀려났던 사우디의 영향력이 부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헤즈볼라 진영은 거세게 반발했다. 무함마드 라드 의원은 아운 대통령과 회동 후 취재진에게 “(헤즈볼라가 아운 대통령 선출에) 손을 내밀었는데 그 손이 잘렸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지난 9일 아운 대통령 선출에 합의할 당시 미카티 총리가 자리를 지키게 될 것으로 여긴 것으로 전해졌다. 미카티 총리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는 동안 시아파 몫의 국회의장인 나비 베리와 협력해왔다.
헤즈볼라의 시아파 동맹인 레바논 정당 아말운동은 향후 구성될 살람 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이후 종파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15년간 긴 내전을 겪은 레바논은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마론파 기독교), 총리(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이슬람 시아파)을 각 주요 종파가 나눠 맡는 독특한 권력 분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 레바논 의회, 공석 2년 만에 대통령 선출···육군 참모총장이 뽑혀
https://www.khan.co.kr/article/202501092011001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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