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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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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12번 실패·2년 만에' 새 대통령 선출... "헤즈볼라 세력 약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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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총장 출신 아운... "전쟁 지역 재건 기대"
바이든 美 대통령 "이 시대 적합한 지도자"
"국가만이 무기 보유 가능"... 헤즈볼라 견제
한국일보

레바논의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된 조제프 아운(가운데) 육군 참모총장이 9일 서약식 참석을 위해 군 의장대를 사열하며 베이루트 의사당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베이루트=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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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이 심화하는 동안에도 국가 수반이 없는 상태였던 레바논이 '지도자 공백' 2년 만에 새 대통령을 선출했다. 그동안 레바논 전체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던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친(親)이란 세력의 힘이 이전에 비해 비교적 약해진 신호라는 진단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레바논 의회는 이날 신임 대통령으로 조제프 아운(60) 육군 참모총장을 선출했다. 레바논은 6년 임기 대통령을 간선제로 뽑는데, 이 자리가 채워진 건 2022년 10월 이후 2년여 만이다. 비교적 '친서방' 성향으로 알려진 아운 총장은 이날 곧바로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에 올랐다.

초토화 남부 전쟁 지역 재건 역할 기대

한국일보

조셉 아운 신임 레바논 대통령의 고향인 남부 아이쉬예시 주민들이 9일 신임 대통령 선출을 축하하기 위해 레바논 국기를 흔들며 춤추고 있다. 아이쉬예(레바논)=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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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통령 공석 상태가 계속된 건 정파 간 이견이 극심했던 탓이다. 의회에서 총 12차례 대통령을 뽑으려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임시정부 체제가 이어지는 동안 레바논 남부 지역을 장악한 헤즈볼라와 국경 너머 이스라엘군이 폭격을 주고받으면서 레바논인 수천 명이 숨지고 수만 명이 피란을 떠났다. 레바논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최악 상황에 빠졌고, 세계은행은 이 나라의 경제 위기를 "최근 150년 이래 가장 악화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아운 신임 대통령은 의회의 1차 투표에서 당선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지 못했으나, 2차 투표에선 128표 중 99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레바논은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기독교 마론파)과 총리(이슬람 수니파), 의회 의장(이슬람 시아파) 자리를 각 종파가 나눠 갖는다. 이 중 대통령은 실제 정책 집행을 하지 않지만 조약 비준과 법률안 서명, 내각 구성 등 권한을 갖는다. 무엇보다도 군 통솔권을 갖고 있어, 사실상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던 남부 지역을 재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에서의 훈련 경험이 있는 아운 대통령은 1983년 레바논 내전 중 군에 입대했고, 2017년부터 육군 참모총장으로 재직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 과정에서 핵심 중재 역할을 한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의 지지를 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레바논의 회복 및 재건 과정에서 중요한 리더십을 제공할 것이고, 이 시대에 가장 적합한 지도자"라며 아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헤즈볼라 정치적 영향력은 계속될 듯"

한국일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에 위치한 타유네 지역에서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군 폭격에 맞아 무너진 건물 앞으로 주민들이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베이루트=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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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의 정치 지형 변화는 헤즈볼라의 세력 약화를 집약적으로 보여 준다. 헤즈볼라가 애초 대통령으로 밀었던 후보는 술레이만 프랑지에였는데, 그는 의회의 표결 전 사퇴하고 '아운 지지'를 선언했다. 레바논 전체 권력을 장악한 정파는 아니라 해도, 의회의 대통령 선출 과정에서 선호 후보 당선을 이끌어 내거나 비(非)선호 후보 당선을 저지해 왔던 헤즈볼라가 이번에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지 못한 셈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헤즈볼라의 정치적 영향력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 거점 지역인 레바논 남부·동부 지역을 집중 폭격하면서 고위 간부 대부분이 사망한 데다,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전 대통령 축출 사태를 계기로 '든든한 뒷배'였던 이란의 영향력도 약해진 결과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헤즈볼라는 전쟁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움직일 여지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헤즈볼라가 지난 20년간 레바논 정치에서 행사했던 거부권을 상실한 것"이라고 짚었다.

아운 대통령은 간선 투표 결과 발표 직후 "국가만이 무기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견제 의도를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합의한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협정'에 따라 새 정부는 60일간의 휴전이 끝나는 이달 말 이스라엘군 철수 지역에 정부군을 투입해 안보 공백을 해소하고 헤즈볼라 재무장을 막아야 한다. 전쟁으로 초토화된 지역의 재건도 당면 과제다.

다만 헤즈볼라의 힘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레바논 전역에서 아직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만큼, 아운 대통령도 헤즈볼라와의 협력을 통해 각종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필요한 표를 확보하지 못하자 아운 대통령은 헤즈볼라를 비밀리에 접촉해 내각 자리 등을 보장해 주기도 했다. WP는 데이비드 우드 국제위기감시기구 분석가를 인용해 "현실적으로 현재 헤즈볼라의 협력 없이 국가가 레바논 내 무기의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헤즈볼라와 아말운동(무슬림 시아파 정당)이 지속적인 발언권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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