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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오징어 게임 2’ 박성훈 “트랜스젠더 희화화하지 말자는 생각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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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성훈.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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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의 120번 참가자 조현주(박성훈)는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용기 있고 정의감 있는 인물로 꼽힌다. 엠티에프(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늘 겉돌고 소외되면서도 위험에 처한 다른 참가자를 목숨을 걸고 구한다. 평소에는 차분해 보이는데 위기의 순간이 닥치면 특전사 출신다운 용맹한 얼굴과 우렁찬 목소리가 드러난다. ‘오징어 게임’은 줄거리의 특성상 특별히 마음이 쓰이는 참가자를 응원하며 보게 되는데 현주를 응원하는 국내외 시청자들이 특히 많은 이유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성훈은 그런 현주라는 캐릭터가 선물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희수’라는 단막극(kbs)에서 평범한 가장을 연기한 적 있어요. 황동혁 감독님께서 그 단막극을 보고 현주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하더라고요. 놀랍고 신기했어요.”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을 가진 인물을 희화화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감독님도 저도 현주를 희화화시키지 말자는 데에 생각이 맞닿았어요. 트스젠더를 만나서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찾아보며 공부했죠.” 그동안 트랜스젠더는 콧소리를 내거나 요염한 자세를 취하며 웃음을 주는 캐릭터로 그려지곤 했다. ‘오징어게임’ 시즌2 속 현주에게선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과도한 목소리의 변주나 과장된 몸짓을 정말 경계했어요. 인간 조현주로서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불이익에 놓여왔고 어떤 마음으로 인물을 대하는지에 중점을 둬서 캐릭터를 구축했습니다.”



박성훈은 연극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했고 여러 드라마에도 출연했지만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그런 그에게 전환점이 됐다. 전재준이라는 강렬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되면서다. ‘더 글로리’가 공개되고 2년 넘게 흘렀지만 본명 대신 전재준이라는 극 중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그는 전재준 캐릭터라 오랜 기간 자신을 따라다니는 게 싫지 않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저를 설명하려면 어떤 작품에 나오는 누구라고 말을 해야 했는데 (‘더 글로리’ 이후에는) 전재준이라는 세 글자만으로도 저를 떠올릴 수 있게 됐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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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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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주를 만나 배우로서 또 다른 얼굴을 찾은 것은 축복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공개 초반에 댓글을 보니까 저를 ‘현주 언니’, ‘현주 누나’라고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배우로서 전혀 다른 색깔의 배역들을 맡아서 연기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고 축복인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전재준을 연기한 배우에게 현주를 맡겨준, 저를 보면서 현주의 모습을 찾아낸 황동혁 감독님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전 세계적인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그가 연기한 현주라는 캐릭터도 사랑받고 있지만 박성훈은 지금의 상황을 마냥 즐기지 못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성인물 표지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해당 논란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박성훈은 “정말 많은 분들의 노고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저 하나의 실수, 잘못 때문에 누를 끼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너무 죄송하다”며 “시청자분들의 반응을 담당자와 활발하게 주고받는 시기였는데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로 그 사진을 발견했다.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여겨 담당자에게 보내려다가 스토리에 올라갔다”고 해명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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