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2'가 또 한 번 K 콘텐츠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3년 만에 돌아온 시즌2는 지난 12월 26일 공개 후 92개국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했다. 공개 첫 주에 역대 가장 많은 시청수인 6800만 뷰를 기록했으며 공기놀이·둥글게둥글게 등 한국 문화를 설파하며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인기의 중심에 배우 이정재가 있다. 시즌 1은 허술하고 순진한 '성기훈'이 오징어 게임에서 악착같이 살아남는 모습이 그려진다면 시즌2는 주변 인물들을 잃고 각성하는 면모가 강조된다. 다시 한번 죽음의 게임에 임하게 되는 '성기훈'은 참가자로 신분을 속인 '프론트 맨'과 얽히며 묘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시즌 1에서는 선한 마음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작은 희망을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시즌 2와 3을 찍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양심'이었어요. 촬영할수록 기훈의 양심이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그 자신은 그 양심을 행동으로 이어가려고 하는 모습이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와 같은 인물이 우리 사회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많은 사람들이 양심을 감추고 도망가려는 상황이 있지만, 그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도망치지 않고 작은 용기를 내는 모습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감정을 많이 느꼈습니다."
'오징어 게임2' 속 '성기훈'은 곧 화자이다. 기능적인 역할이 주어져 연기적 표현이 시즌1에 비해 자유롭지 못했다. 이정재도 이를 인정하며 "시즌1은 '기훈'이 밝은 면, 나락에 떨어져 괴로워하는 모습 등 다층적인 면을 보여줬다면 시즌2는 일관적인 면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기훈은 456억 원을 받고도 3년 동안 노숙자로 지냅니다. 그 돈을 한 푼도 쓸 수 없었죠. 심리적으로 각성하고 복수를 다짐하게 돼요. '프론트맨'을 만나고 심리적인 게임을 펼칩니다. 이미 시즌1 말미 '기훈'의 달라진 기훈은 모두 드러났고 변화된 성격과 흐름을 바탕으로 시즌1를 맞았기 때문에 (성격의 변화나 표현은) 자연스러운 이어짐이 있었다고 봐요."
그는 '기훈'은 입체적인 인물이고 시즌1과 2가 달랐듯 시즌3에서도 큰 변화를 거친다고 귀뜀했다.
"황 감독님의 장점 중 하나인데요. 씬 하나에도 반전이 있고 전체 시즌은 큰 굴곡으로 이뤄져 있어요. 캐릭터의 이야기도 변화의 지점을 너무 잘 알고 쓰는 사람이라서 시즌3에서도 기훈의 변화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완결성 높은 시즌3가 나와서 흥미롭고 새롭게 보실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시즌1은 개성 강한 인물들이 목숨을 건 게임에 임하는 모습을 통해 재미를 주었다면 시즌2는 성기훈과 정체를 숨긴 오영일의 묘한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으로 흥미를 끈다. 이정재는 "성기훈과 오영일은 같은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한 인물"이라며 데칼코마니를 보는 듯한 연출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두 사람이 데칼코마니처럼 표현하고 싶어 했어요. 모니터 속 기훈을 보는 프론트맨 등 기훈을 통해 자신을 연상하게 되는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쓰시거든요. 아마 그런 의도로 거울을 보는 듯한 연출을 쓰신 것 같습니다. 스포일러라 말할 수는 없지만 시즌3에서도 그런 내용과 연출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상황으로는 시즌2에 여러 의문을 가지실 수 있는데 시즌3은 높은 완결성을 가집니다."
프론트맨 역의 배우 이병헌과의 연기 호흡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모든 배우가 역할에 관해 고민하지만, (이)병헌 형은 특히 여러 측면에서 다각도로 캐릭터를 보려고 하는 배우입니다. 어떤 시각으로 연기할지 연출자와 끊임없이 상의해요. 황동혁 감독님이 글을 썼으니, 의도를 정확히 아는 분이기 때문에 더욱 충분히 대화를 나눈 것 같아요.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차근차근 풀어나가죠."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등장한 옥의 티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시청자들은 기훈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얼음'이라고 외치는 장면을 언급하며 "몸을 엄청 떨고 있는데도 살아남았다"고 지적했던바.
"기훈이가 이미 한 번 해봤으니까. 그 정도 흔들리는 건 '영희'에게 인식되지 못했던 것 아닐까요? 최대한 안 흔들리게 연기한 건데. 많이 흔들렸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하하."
시즌1에 등장한 도시락 먹는 장면도 언급했다. '기훈'이 밥을 먹는 체하는 장면이 찍혀 네티즌들은 "공기 먹방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자기 쪽 방향을 찍을 때는 당연히 먹어요. 그런데 그게 뒤쪽 카메라였고 등을 대고 있었거든요. 제 분량만 찍어도 배가 부른데, 상대방을 찍을 때까지 밥을 먹는다면 너무 힘들어지잖아요! 제 얼굴을 찍는 게 아니었으니 그래서 먹는 시늉만 하는 거예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그 커트를 쓰셨을 줄은! 하하. 나중에 여쭤보니 감독님도 못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의도적으로 그 장면을 쓰신 건 아니랍니다."
'오징어 게임'은 새로운 길을 열어주며 역사에 남을 성과를 남겼다. K콘텐츠의 새 역사를 쓴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느끼냐는 질문에 그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해외에서 한국영화,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더 재밌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점점 제작 편수가 줄어들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예전에는 1년 동안 150편씩 제작되었다면 지금은 30편도 채 되지 않습니다. 많이 제작되어야 '기생충'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이 나오는 건데 말이에요. 제작 편수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제2의 '기생충' '오징어 게임'이 나와야 해요. 꼭 제가 아니더라도. 한국 콘텐츠 안에서 좋은 작품들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아주경제=최송희 기자 alfie3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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