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 후 주먹을 쥐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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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수사망을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형사사법제도의 혼란과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수사에 완강히 불응하는 윤 대통령이 가장 큰 문제지만 법률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을 정부와 국회가 미루고 외면한 탓에 윤 대통령 측이 ‘법 기술’을 악용할 빌미를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7일 법률 전문가 의견을 들어 윤 대통령 수사를 둘러싼 법률적 쟁점을 뜯어봤다.
공수처에게 윤 대통령 내란죄 수사권이 있을까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위법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향후 재판에서도 이 주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에게 주어졌다. 검찰과 공수처는 내란죄를 자신들이 수사할 수 있는 ‘관련범죄’로 규정하고 수사에 뛰어들었다.
윤 대통령 측은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근거로 대통령의 직권남용죄 수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직권남용죄의 ‘관련범죄’로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봤지만,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은 직권남용죄 수사가 불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에 내란죄 수사도 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공수처는 법원에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내란죄 수사권을 일단 인정받았다. 윤 대통령 측이 이의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윤 대통령 측은 향후 재판에서도 이 주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고검장을 지낸 A변호사는 “직권남용죄와 내란죄의 사실관계가 동일해 직권남용죄와 내란죄 모두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특수부 검사 출신 B변호사는 “불소추 대상인 윤 대통령을 수사할 때는 모든 것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재판에서 탈이 나지 않는다”며 “공수처가 괜히 피의자가 ‘위법 수사’를 주장할 빌미만 줬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경찰에 윤 대통령 체포를 지휘할 수 있을까
공수처는 지난 6일 경찰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거절했다. 공수처는 형사소송법 81조 ‘구속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를 근거로 들었다. 경찰은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삭제됐다”며 반박했다. 경찰은 이 조항을 ‘공수처 검사가 공수처 수사관을 지휘한다’는 내용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오랜 숙원이던 ‘검찰과의 평등한 협력 관계’를 이뤄냈다. 그런데 공수처가 ‘지휘’를 들고 나오자 반발한 것이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도 공수처의 행태를 두고 “공사 일부를 하청주듯 다른 수사기관에 (집행을) 일임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 조정 이후 형소법 81조의 사법경찰관리는 해당 수사기관 소속 수사관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며 “이제는 검찰이 영장을 경찰에게 주고 ‘체포하라, 압수수색하라’고 지휘하는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뒤 대통령 관저 밖으로 나가고 있다. 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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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처가 윤 대통령 체포를 막는 법적 근거가 있을까
윤 대통령을 ‘체포’하려면 관저 내부 ‘수색’이 필수적이다. 그간 수사기관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등을 수색한 전례가 없다. 경호처가 형사소송법 110·111조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근거로 진입을 막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12월31일 공수처에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형소법 110·111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법원은 해당 조항들이 ‘피의자’(윤 대통령)가 아니라 ‘물건’에 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경호처는 지난 3일 공수처·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했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대통령경호법 5조 ‘처장은 경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위해방지에 필요한 안전활동을 할 수 있다’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A변호사는 “법관이 영장을 발부했다면 영장 자체에 대한 논란은 끝난 것”이라며 “경호처가 법의 테두리 내에서 위해를 방지해야지 영장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경호처에 체포 협조를 지휘할 수 있을까
공수처는 지난 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도록 지휘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현상 유지 수준의 소극적 권한 행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전문가들은 권한대행에게 ‘경호처 지휘 권한’은 있다고 본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대행이라고 해도 국정 전반을 총괄할 권한이 있어 경호처 지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최 대행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 대행은 공수처법 3조 ‘대통령과 대통령실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해 협의 등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들어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취지로 만든 공수처법이 공수처의 활동을 제한한 셈이다.
공수처는 왜 검·경에 사건을 넘겨주지 않을까
공수처는 검·경으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가져왔다. 공수처는 공수처법 24조 ‘공수처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응해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이첩을 요청했다. 검·경은 향후 윤 대통령 측이 문제삼을 것을 우려해 사건을 넘겼다.
그런데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공수처법상 공수처의 수사 인력 정원은 처장·차장을 포함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에 불과하다. 공수처는 지난 정부 때부터 정원·예산을 늘려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공수처 설립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조차 사실상 외면했다.
전문가들은 내란죄 수사권과 체포 역량을 모두 갖춘 경찰에 사건을 재이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공수처가 사건을 재이첩하면 다시 돌려받을 수 없다. 수사를 포기하는 셈이다. 공수처로선 ‘문을 닫아야 한다’는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된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내란죄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사건을 넘겨받으면 관저에 경찰 1만명을 끌고 가도 적법하다”며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청구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면 윤 대통령이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이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를 촉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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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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