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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내란 사태로 북한도 충돌 원치 않는 것 확인…군사합의부터 다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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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12월30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민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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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인제대 교수)은 지난달 30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곧 친서를 주고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북·미가 협상을 시작해도 복잡하고 훨씬 악화된 북핵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를 직접 상대하며 북-미 외교와 남북관계에 관여한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한국이 협상에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한국 패싱’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며,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해선 남북 관계에서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고 남북관계가 회복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란 국면에서 다시 확인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접경지역에서 충돌을 유도하려고 했지만, 북한은 충돌을 원치 않았다는 점”이라며 남북이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합의를 하는 것부터 다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적대적 두 국가’를 ‘평화적 두 국가’로 바꿔나가는 게 우선 시급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2기의 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전망하나.



“트럼프 2기를 예상하려면 트럼프 1기의 정책 결정 과정을 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과정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진이 올린 보고서를 읽지 않았다. 행정부 내부의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존 볼턴(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비건(대북정책특별대표), 마이크 폼페이오(국무장관)가 서로 견제하고 갈등이 심해서 중요한 협상에 대해 전혀 실무적인 준비가 안 된 상태로 하노이 회담장으로 갔다. 여기서 더 나아가 트럼프는 2기 행정부에 충성파만 기용하고 있다. 시스템이 작동하기 더 어려워질 것 같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계속 긍정적 표현을 하면서, 자신만이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북한도 미국과의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킬 조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감정 섞인 비판은 자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곧 친서를 주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제 북-미 협상이 시작되어도 복잡하고 훨씬 악화된 북핵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미 협상이 재개된다면 핵심 쟁점은 무엇일까.



“그동안 북한의 핵무기가 엄청나게 늘었고 미사일도 급속도로 발달했다. 협상의 틀을 짜는 게 2018년에 비해 훨씬 어려워졌다.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제재에 얼마나 융통성을 발휘하느냐가 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금융, 첨단기술 분야의 제재를 크게 강화할 것인데, 중국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면서 북한과의 협상에서 제재의 융통성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아보인다는 점도 변수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한국을 배제(패싱)한 협상을 할 것이고, 미국이 비핵화가 아닌 군축협상을 통해 미국에 대한 위협만 제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한국 패싱을 막을 방안은 있을까.



“비핵화와 군축협상 중 양자택일해서 군축협상은 절대 안 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비핵화는 최종적인 목표지만 10년이 걸릴지 5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핵 군축은 비핵화의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고, 비핵화 목표를 포기할 필요도 없다. 다만 미국과 북한이 협상을 재개해도 의미있는 합의에 이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를 북한과 미국에만 맡겨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쉽지 않더라도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한겨레

2018년 6월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기 위해 다가가고 있다. 센토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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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가 급속도로 밀착했고, 북·중 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졌다. 원인은 무엇인가.



“북한이 러시아에 집중하는 이유는 북·중 관계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북·중 접경 지역에 통상구가 14개 있는데 현재 단둥을 비롯해 2~3곳을 제외하면 열리지 않은 상태다.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이 수출할 수 있는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2023~2024년 북·중 무역에서 북한이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한 것은 가발이다. 제재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산물과 광물 수출, 위탁가공도 모두 제재 때문에 않된다. 북한은 이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크고,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가장 큰 이유는 이런 경제적 상황 때문이고, 그 다음은 군사 분야 기술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단한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러 관계도 달라질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종전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전쟁도 협상이 시작된지 2년 넘게 지나서야 휴전협정이 맺어졌다. 수많은 원한이 쌓인 전쟁을 끝내는 것은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하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끊는다고 해도 전쟁을 끝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종전이 이뤄지면 러시아도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북한 입장에서도 지금은 러시아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대외관계의 중심에 두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전이 끝나면 외교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한·러 관계에도 달라질 것이다.”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 이후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많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궤변이다. 자체 핵무장은 한-미동맹을 깬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면, 동북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핵비확산체제가 붕괴한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국방부 정책차관에 지명된 엘브리지 콜비 등이 ‘한국이 핵무장을 시도해도 상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미국 정부가 한국 핵무장을 허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미국과 부딪쳐가며 핵무장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인데, 한국의 무역이나 원자력 산업이 제재를 견딜 수 있는가. 한국이 핵무기는 갖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할 재래식 보복 능력은 강하다. 여기에 더해 확장억제를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했다. 이렇게 악화된 남북 관계가 변화할 여지는 있는가.



“김정은 위원장의 ‘두 국가론’은 남북 관계에서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이미 문재인 정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한국에서 정부가 바뀌어서 대북 정책이 달라진다 하더라도 남북 관계 회복에는 변수가 많다. 북핵 협상도 진전되고 대북 제재도 풀려야하는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에는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내란 국면에서 다시 확인된 것은 윤석열 정부가 계속 접경지역에서 충돌을 유도하려 했지만, 북한은 충돌을 원치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차원에서 남북 간에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합의를 하는 것부터 다시 풀어나가야 한다. 적대적 두 국가에서 ‘적대적’이라는 표현이 사라지면 두 국가의 관계도 달라진다.”





―트럼프가 집권한 뒤 한국이 조 바이든 정부와 합의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문제 삼으면서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며 압박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다뤄봤기 때문에 한국의 논리를 알고 있다. 트럼프가 재협상을 요구해도 우리는 이미 국회 비준을 했으니까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한미군의 역할과 한국의 기여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어느 정도 이해가 있다. 결국 한국 정부의 협상 전략과 태도가 중요하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압박을 했는데 한국이 적당한 선에서 막았던 경험이 있다. 한국의 안보 분담을 실제로 따져보면 미국이 결코 손해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트럼프 1기를 직접 상대한 경험에 비추어, 트럼프 2기에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설득과 대화가 제일 중요하다. 공교롭게도 지금 2016년 상황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할 때 한국은 탄핵정국이다. 취임 전부터 정상 간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가 중요한데 매우 안타깝다. 한-미동맹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측면들이 많고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전통적인 동맹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한국이 움직일 여지가 생긴다. 미국과 이해를 같이 해야 되는 분야가 있고, 중국과 협력해야 할 부분들도 잘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외교 환경 자체가 무너졌다. 이것을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치와 이념의 진영 외교에서 탈피해 실용외교를 해야한다. 외교란 카드가 많아야 한다. 한·미, 한·중, 한·일 관계가 모두 중요하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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