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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아버지 내가 안 죽였다" 김신혜 재심 무죄 선고한 재판부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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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발생 24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신혜 씨가 6일 전남 장흥군 용산면 장흥교도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버지를 수면제 탄 술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신혜(47) 씨가 사건 발생 24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번 재심은 개시 결정 이후 9년여간이나 진행되며 각종 쟁점을 노출했는데, 이에 대한 재심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대부분 김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000년 3월 7일 오전 5시 50분 전남 완도군 완도읍의 한 도로 옆 버스 정류장에서 A(당시 52세)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3급 장애가 있는 A 씨는 자택에서 7㎞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었는데, 현장 주변에는 깨진 차량 방향 지시등 파편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경찰은 처음에는 뺑소니 사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으나 김 씨의 고모부가 "조카가 아버지를 수면제 먹여 살해했다고 말했다"고 경찰에 신고해 김 씨는 긴급 체포됐습니다.

당시 23세였던 김 씨는 "수면제를 양주에 타 아버지에게 '간에 좋은 약'이라고 말하고 먹였고, 아버지인 A 씨가 자신과 여동생을 성추행해 죽였다"고 경찰 조사에서 자백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수사당국은 김 씨가 A 씨 명의로 8개에 달하는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살해했다고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김 씨는 재판이 시작되자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김 씨는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에 대신 감옥에 갈 생각으로 거짓으로 자백했다"며 "선처받으려 거짓말했을 뿐, 아버지의 성추행도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1·2심에 이어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확정판결받았습니다.

김 씨는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에도 노역을 거부하며 계속 무죄를 주장했고, 김 씨의 사연은 여러 방송프로그램과 언론을 통해 재조명됐습니다.

결정적으로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경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해당 사건을 다시 들춰졌고,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경찰의 반인권적 수사를 확인하고 재심을 청구해 2015년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고 검찰의 항고로 2018년 재심 개시가 확정됐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결정 사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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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법정동 앞에서 김신혜 씨를 지원해온 단체인 '김신혜 재심 청원 시민연합'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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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에서는 ▲ 자백 진술의 신빙성 ▲ 불법수집 증거 ▲ 수면제 등 검출 가능성 ▲ 알리바이 조작 ▲ 강압·불법 수사 여부 등이 쟁점이 됐으나, 재판부는 김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심 재판부는 진술과 증거의 증거 능력에 대해 모두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자백 진술에 대해서는 김 씨가 수사기관 진술을 모두 부인했고, 피고인이 자백한 것을 들었다는 친척과 경찰관의 진술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김 씨가 사건 당시 남동생이 범인으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동생을 보호하려고 허위 자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경찰의 압수 증거에 대해서도 김 씨 주거지에서 발견한 노트 등 압수물은 경찰이 영장도 없이 당시 미성년자인 남동생과 동행해 확보한 것으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에 반한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존속살해 증거에 대해서도 수면제(독시라민) 30알을 피해자에게 복용시켜 사망케 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사망 2시간 전 독시라민 30알을 복용했는데도 피해자 위장에 수면제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고, 30알로는 혈액에서 독시라민 13.02㎍/㎖ 통상적으로 검출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양주 2잔에 수면제 30알을 타 먹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술 2잔에 수면제 30알을 타면 농도가 진해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도했습니다.

검찰은 '사후 재분배(사망 후 약물 농도가 증가)' 가능성도 제시했으나, 재판부는 사망 35시간 만에 사후 재분배가 발생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피해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303%로 고도 명정 상태 등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어, 수면제가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습니다.

살인 동기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피고인과 여동생을 성추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보험보상 범행 동기도 보험설계사 자격이 있는 김 씨가 고지 의무 위반으로 보험금을 수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고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사체를 도로에 유기한 정황도 유기 추정 시간 직전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으려 해 계획적인 살인 정황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동생들에게 허위 진술을 교사하고, 진술의 일관성이 없는 점 등은 의심스럽긴 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유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류희준 기자 yoo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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