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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 (수)

이슈 이태원 참사

게임 채팅방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성적 모욕했다면... 대법 "처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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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은 "노골적 묘사 아냐" 무죄
대법원, 원심 파기·유죄 취지 환송
"추모의 대상, 성적 수단으로 비하"

지난해 11월 10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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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여성 희생자들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을 온라인 게임 채팅창에 쓰는 행위가 음란물 유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원심에선 표현이 노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유죄 취지로 뒤집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바로 다음 날인 2022년 10월 30일 자신의 집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채팅을 통해 여성 희생자들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메시지를 입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에게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음란한 문언을 공공연하게 전시한 혐의를 적용했다. 정보통신망법상 '음란'이란 단순히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 사람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 방법으로 묘사된 것이어야 한다. 그 평가는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하급심은 A씨 발언이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내용임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노골적인 방법으로 남녀의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여기에 음란물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마련된 정보통신망법의 취지상 A씨의 메시지가 '음란한 문언'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해당 메시지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20대 여성 희생자의 신체 부위 형상과 질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면서 "시신을 오욕하는 내용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왜곡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 채팅창에는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만큼 A씨가 해당 글을 채팅창에 올린 것 역시 음란한 문언을 전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추모와 애도의 대상이 되는 사망자의 유체를 성적 쾌락의 대상과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비하했다"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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