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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부정선거·편지·충돌 우려…윤석열, '미국 의사당 폭동' 트럼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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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만을 향한 윤석열·트럼프

부정선거 재차 주장…선관위 시스템 불신

가장 큰 피해는 지지자…"헌정사 부끄러움"

윤석열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이 예고되자 지난 1일 지지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집결을 촉구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패배한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와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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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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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부정선거 음모론 주장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담화를 통해 "차마 밝히지 못한 심각한 일"이 있었다며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23년 하반기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해 헌법기관과 정부 기관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다"며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수준이었다. 비밀번호도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당이 완패한 지난해 4월 총선에 대해서도 "제대로 (선관위 시스템이) 개선됐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2020년 대선 패배 전후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 개표가 진행될수록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진행되자 "우편투표 등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11월 미국 백악관에서 성명을 통해 "미시간주, 애리조나주 등에서 큰 표 차로 앞서고 있었는데 뒤늦게 반영된 투표 때문에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며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우편투표가 보내지는 등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부정부패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이 부정부패로 이 선거를 훔쳐 가서는 안 된다"며 "미국이 이길 것이다,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②지지자만을 위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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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 수천 명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모여 있다. 이 중 수백 명은 의사당으로 난입해 원형 홀까지 점거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의 시위대 점거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의회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의사당 난입 사태로 상ㆍ하원 합동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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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내란수괴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등 상황이 불리해지자 지지자를 찾았다. 지난 1일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자필 서명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로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이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민 한 분 한 분이 주인인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우리 더 힘내자"며 지지자의 결집을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부정선거 음모론이 먹히질 않고 바이든 행정부로의 이관 절차가 진행되자 지지자들에게 목소리를 냈다. 그는 2021년 1월1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같은 달 6일에 열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확정 반대 시위에 참석해달라고 독려했다. 그는 "대량의 부정선거 증거가 6일에 나온다. 우리는 크게 이겼다"고 주장했다.

지지자들의 반응도 유사하다. 윤 대통령의 편지에 1000여명의 지지자가 열광하면서 대통령 관저 앞에 모였다. 보수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관계자는 전날 유튜브 방송을 통해 "그동안 나라를 지키겠다고 외쳤지만 공허하게 흩어졌다"며 "윤 대통령이 직접 집회 현장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인했고 끝까지 애국시민과 싸우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 목소리에 힘입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약 3만명도 2021년 1월6일 백악관 인근 공원에 모여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미국을 지키자)' 집회에 참석했다.

③폭력 사태로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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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사흘째인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 도로에 누워있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경찰들이 해산시키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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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 아메리카 집회는 결국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국회의사당 문과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사당을 점거했다.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세워 시위대의 난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회의를 진행 중이던 상·하원 의원은 긴급히 대피하고 미국 의회경찰대는 권총을 뽑아서 발포했다.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위 참석자 4명, 경찰 1명 등 총 5명이 숨졌다. 이 일은 지금까지도 미국 민주주의에 큰 상처를 입힌 사건을 평가받는다.

윤 대통령의 지지자 사이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보인다. 전날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 30여명은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길 위에 드러누웠다. 경찰이 기동대를 투입해 강제해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와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격앙된 반응과 함께 '결사 항전'을 예고 중이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전날 시위 현장에서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처단하자"고 주장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가장 큰 피해는 윤 대통령이 아닌, 그들의 지지자들이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동 선전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사법 면책을 얻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옆에서 강력히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주장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고 음모론 피해자에게 2000억원을 배상하면서 파산까지 이어졌다. 직접 미국 국회의사당을 습격하진 않았지만, 조직을 만들고 선동한 혐의로 기소된 극우 운동가 엔리케 타리오는 2023년 9월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지지자를 방패 삼은 윤 대통령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편지에 대해 "마지막 품격과 품위를 저버리고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선 지지자 뒤에 숨는 비겁한 모습"이라며 "뒤로 숨고 부하들이 잡혀가는데 모른 체하는 모습은 헌정사에 부끄러움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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